흰 종이를 앞에 두고 펜을 톡톡 두드려 고민하다가, 곧 천천히 제목과 이름을, 그 아래로 문장을 적어 넣기 시작한다.
未来
世潭 惺空
저의 미래는 새하얘요. 백지와 같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요. 혹은 아직 넘기지 않은 책의 뒷페이지와 같아요. 굳이 그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페이지이니까요. 또 제게 미래란 흘러가는 물줄기와 같아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당연하게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 그 흐름에 순응하며 따르는 것으로 이제까지가 그랬듯이 앞으로도 다름없는 나날이 될 것이에요.
덤덤하게 가장 여과된 것으로 내용을 채운다. 길게 이어지는 문장은 허울만 좋을 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과 같았다. 무언가 특별히 기대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갖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은 이 한 줄이었다.
초등부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걸 말했었지. 욕심 같은 건 갖지 않아요. 그 시절과 지금에 차이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욕심을 부렸다 갖지 못하는 게 두려워 욕심내지 않으려 했고, 지금은 정말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단 차이일까.
이렇게만 끝내면 조금 불성실할까. 이제 와서 좋은 성적을 바라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더 쓸 것을 찾지 못해 펜을 내려놓고 잠시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활짝 폈다가, 꾹 쥐어본다. 그러다 다시 펴길 반복. 텅 빈 손바닥이 마음에 들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저 이 흐름에 몸을 맡기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