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에게 룸메이트 제안을 받았다. 챠콜은 신이 나서 방의 짐정리를 하다가 문득 아, 하고 습관처럼 뒷목을 문질렀다. 그러고 보니 룸메이트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건 제 목의 표식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으음, 하고 고민하던 챠콜은 그래도! 하고 혼자서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건 나중에 제니에게 설명해야 할 또 다른 문제고 지금은 룸메이트가 생겼다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챠콜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는 굉장히 별 것 아닌 사실을 이곳에 와서 깨닫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이런 사실과 마주할 일 자체가 없었으니까.
좀 더 어울리고 싶다. 좀 더 가까이 있고 싶다. 좀 더, 좀 더……. 깨닫고 난 뒤로 마치 어떤 갈증에 시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룸메이트 제안은 사막을 적시는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제안해주던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은 챠콜은 몇 개 되지 않은 짐을 챙겨 검과 함께 등에 짊어지고, 요 몇 달 간 신세진 방에 인사를 한 뒤 나왔다.
그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운동장을 뛰는 나풀거리는 머리칼을 발견한 챠콜은 원숭이 부럽지 않은 점프력으로 한달음에 폴짝 달려가, 이번엔 제가 먼저 그 손을 꼭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