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 트레이너 자격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새로운 포켓몬 소식을 들으면 와다닷 정보를 쏟아내는데 저는 아는 게 별로 없거든요.
제가 아는 거라곤 신오의 포켓몬들, 그 중에서도 풀 포켓몬 특화에 다른 친구는 모르는 아이도 많아요. 그래서 여기 이런 포켓몬을 만날 수 있대! 하면 그 때부터 포켓리스트로 바쁘게 찾아보곤 하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에 조금 관심이 간 건 휴게실 2호칸에서 나온다던 친구들이었어요. 전기 타입, 지금의 저한테는 없는 타입이라서요. 되도록 모든 타입의 친구들을 고루고루 사귀고 싶었거든요.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게 전지충이였어요. 신오에선 본 적 없는 친구인데, 네모나고 말랑말랑한 게, ……귀엽게 생기지 않았어요?
아, 지금 테리가 한숨을 쉰 것 같은데. 귀여운 포켓몬을 좋아하는 게 뭐가 나빠!
그런데 마침 정말로 전지충이가 제 앞에 나타났지 뭐예요. 전지충이는 생긴 게 어딘지 지하철을 닮은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말랑하고 귀여운 벌레 타입인데 찌릿찌릿 전기까지 갖추고 있다니.
톡, 건드릴 때마다 손끝이 따끔짜릿하게 전기가 오르는데 이건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어요. 말랑말랑하고 짜릿짜릿하고, 계속 콕콕 찌르고 싶다. 전지충이를 만지작거리는 게 기분이 좋아서 품에 안았을 때는 네모난 몸이 움직이기 힘들었는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즐거워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듣기로 너 진화하고 나면 훨훨 날아다니며 멋있어지던데, 어때? 나랑 같이 여행을 하며 날아다니지 않을래?
지직. 지지짖. 지징징, 징.
아직 이 아이의 얼굴 표정이나 말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호의적이라는 건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신 있게 친구에게 볼을 톡 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