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11인의 멤버는──!!! ……나나츠보시 요리 양, ………츠키나미 다이아 양, ………이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라고 했던가. 몇 달에 걸친 합숙 생활과 합숙 생활 내내 살 떨리던 서바이벌 경쟁, 처음엔 101명이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최종적으로 11명만을 살려둔 채 막을 내렸다. 출연을 결정한 건 요리 자신이었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나서는 무던히 후회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하던 동료가 오늘은 앉을 의자를 잃고 무대에서 퇴장해버리고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뷔하여 아이돌이 되는 건 분명 그녀의 꿈이었지만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서까지 해야 할까? 후회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 데뷔하자고 말해준 친구들과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 그리고 마침내 데뷔가 결정되었다.
요리는 참지 못하고 신이 나서 제 옆에 선 다이아를 향해 두 손을 짝하고 쳤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부딪치며 그 너머로 저와 같이 상기된 표정을 한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우리가 해냈어, 나미나미!”
“그렇…, 군요. ……네, 해냈습니다.”
“이게 다 나미나미 덕분이야!”
“전부 나나 씨 덕분입니다.”
“응?”
“네?”
손뼉을 마주한 채 나란히 풉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그 사이에도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사이좋은 두 사람을 촬영하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걸 의식하고 다이아의 팔짱을 낀 요리는 환호성에 손을 흔들어 호응해주며 친구와 함께 데뷔하게 된 기쁨을 만끽하였다.
101 촬영 당시에도 콤비로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평가받던 두 사람은 데뷔가 결정되고 부터도 곧잘 함께 방송에 불려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여전히 딱딱한 표정을 풀지 못하는 다이아는 요리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한결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고 혼자 두었다간 폭주하기 십상인 요리는 다이아가 브레이크를 걸어주었다.
사석에서도 친하다는 걸 자랑하듯 요리의 개인 sns계정에는 빈번하게 다이아가 같이 태그 되었다. 덕분에 본인 계정에선 읽은 책의 감상이나 고양이 사진밖에 볼 수 없는 다이아의 계정 대신 요리의 계정을 구독하는 다이아의 팬이 늘기도 했다. 요리의 계정에 더 많은 자기 사진을 보며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 것 같았지만, 이런 것도 팬서비스라니까? 하고 짐짓 으스대는 요리 덕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미나미는 성실하니까, 혼자 애써버리네.”
데뷔가 결정되고부터 개인 연습에 한 층 더 박차를 가하는 그녀를 요리는 종종 걱정했다.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어.” 그러나 요리의 말에도 다이아는 고집스럽게 스스로를 갈고닦았다. 요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혼자 연습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이아에게 불쑥 찾아가 사식을 넣고 옆자리를 지켜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나미나미가 쓰러져버리면 오히려 손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자리까지 오고 나니 제 자신이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져서, 움직이지 않으면 도리어 불안해지고 맙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나미나미☆ 좋아, 나도 같이 연습할게!”
나나 씨까지 저와 어울릴 필요는, 그렇게 말하는 다이아에게 섭섭한 소리 하지 말라고 배시시 웃으며 그 날도 두 사람은 밤새 안무의 합을 맞췄다. 마침내 새벽 동이 트고 0.1초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고 나서야 다이아는 숨을 한껏 몰아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겨우 만족한 걸까? 달성했다는 듯 개운하고 뿌듯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 따라 기분이 벅차오른 요리는 새로운 물을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다.
돌아왔을 때 다이아는 연습실 바닥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이대로 잠들면 감기 걸릴 텐데. 걱정이 되었지만 곤히 자는 그녀를 차마 깨울 수 없었던 요리는 다이아가 아끼는 고양이 담요를 가져와 위에 덮어주고 장난스럽게 다이아의 볼을 콕 찌르는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요리의 특권이지만, 오늘은 나미나미를 여기까지 애쓰게 만든 팬들을 위해 특별히 서비스 해버릴까나~?”
「오늘도 나미나미랑 밤샘 연습★ 나미나미는 정말 무리대장이라니까~? 다음에 또 이렇게 무리하면 그 땐 얼굴에 낙서해서 올려버릴 거야. 그치만 오늘은 고생한 나미나미를 위해 팬의 모두, 격려와 응원의 한 마디씩 부・탁・해・요・♡ 잔뜩 응원해주면 또 레어한 나미나미의 사진 올려버릴지도 몰라요, 에헷?」
이러니까 요리의 sns를 끊을 수 없는 거라고 다이아의 팬들이 충성을 외친 건 직후의 일,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다이아에게 혼난 건 조금 더 나중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