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겨우 입구에 도착한다. 카드키를 갖다 대자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조심스럽게 왼손을 뻗어 안으로 들어가자 온전히 제 냄새로만 가득한 자신의 영역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타인의 흔적 따위 없는 제 공간에 드디어 어깨의 긴장을 내린다. 깊은 한숨과 함께 구두를 대충 벗어던지고 불을 켰다. 한쪽 손으로 서툴게 정장의 단추들을 푸르고, 이어 넥타이를 잡아 당겨 벗고, 조끼, 다음으로 와이셔츠까지. 조금 구겨진 것 외엔 멀쩡한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벗어 내리다 확 신경질이 솟았다. 그러나 제 힘으로는 단추를 튿어내는 것보다 얌전히 푸는 쪽이 현명하리라. 겨우 피부에 닿는 옷감들을 전부 떨어트리고 나서야 남자는 제 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 팔이 어깻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