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질이 나요, 카스토르 씨.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저, 생리적으로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말을 이으며 여자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흘러넘치는 눈물을 두 손등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리는 게 누가 봐도 피해자는 여자였고 비극의 주인공도 여자였다.
그 뚫린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만 아니었어도 말이다.
“무능하고 무력한데 왜 살고 있어요? 그럼 죽어. 내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 죽어, 죽으란 말이에요. 나를 구하려는 생각은 품지도 않은 채 그저 나를 통해 당신의 자기만족을 채우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것뿐이죠? 내가 당신의 ___인가요?”
여자는 더없이 서럽고 슬프단 듯 여전히 훌쩍거리며 울었다. 지나가던 누구나가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불쌍한 꼴이었다.
“선하도록 학습되었다면서요. 선한 행동을 하도록 주입받았다면서요. 그렇다면 그 마음까지 선해야죠. 왜 피상과 허상뿐이죠, 카스토르 씨? 당신의 진짜는 어디 있죠? 그렇다면 ‘척’이라도 제대로 해봐요. 말만이라도 좋아요. 나를 위한다고,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해보란 말이에요.”
기어코 중얼거리던 여자의 입에서 헛구역질이 나온다. 거짓이었다. 당신에게 시위라도 하듯 굴었다. 자, 봐요. 당신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요. 당신의 빈 껍데기 같은 선의가 나를 괴롭혀요.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그리 말하듯.
“어떻게 할 거예요, 카스토르 씨. 어서 빨리 결정해요. 나를 편하게 해준다면 뭐든 할 거예요? 당신의 모든 걸 희생해서 나만을 위해줄 거예요? 아니면, 당신의 선의는 결국 아무 구원도 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할 건가요? 이번에야말로 날 두고 갈 거예요?”
기어코 웃음이 터진다. 여자는 변덕스러웠다. 불안정했고 색을 바꾸고 온도를 바꾸는 제 감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했다.
“아하하하하하! 아니면 내 말 따위 다 무시하고 계속 나를 당신의 얄팍한 자기만족으로, 딸감으로나 쓸래요? 카스토르, 선량한 카스토르 씨. 모든 선함은 진심 없이 공허하고 행위에 감정이 없고 기계와 다를 것 없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선하고 바른 존재인 카스토르 바실리스 씨.”
이어지던 말이 뚝 끊긴다. 실이 끊어지듯 휘청거리며 몸을 앞으로 숙여 웅크렸다. 웃음이 끊어지고 호흡마저 끊어진다. 웃음도 울음도 끊긴 정적 속에 간헐적인 호흡과 기침이 이어졌다.
“구역질이 나요, 카스토르 씨……. 어떻게 좀 해주세요……. 힘들어……. 저, 착한 사람만 보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