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늘 포켓몬 용이었어요. 제 엔트리에서 꿀을 가장 좋아하는 테토는 물론이고 안 그런 척 테리도 꿀은 잘 먹는 편이었거든요.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꿀이란 것은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누가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거라서 제 엔트리의 친구들이 꿀을 즐겨먹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엔트리를 위해서 꿀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
모든 것은 저의…… 사심, 을, ……위해서.
후우. 안 부리던 욕심을 부리려니까 사람이 얼마나 이렇게 어색하고 겸연쩍고 제 것이 아닌 걸 탐내는 것만 같아서 불편하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겠는지. 저는 테리를 품에 안은 채 살금살금 몰랑 씨의 텐트를 찾았어요. 모두가 자는 시간, 몰래요. 테토도 몰라야 하는 일이거든요.
테리는 어쩔 수 없어요. 저를 발견하는 기척이 그야말로 “아빠 아직 안 잔다.” 하고 채널 못 돌리게 하는 아빠급이거든요. 분명 몰래 나가려고 했는데 언제 뒤를 밟힌 건지. 아무튼 테리만 데리고 몰랑 씨의 텐트를 찾은 저는 맨날 하던 말인데도 어쩐지 어색하게 “저기, 꿀을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말을 꺼냈어요.
그러자 몰랑 씨는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저에게 만나고 싶은 포켓몬이라도 있느냐고 물어오는 거예요. 저는 그만 그 앞에 풀썩 무릎을 꿇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엉엉 우는 소리를 내며 몰랑 씨의 옷자락에 매달렸죠.
“몰랑 씨…… 햇볕 드는 숲길과 어둑한 숲 중 저는 어디를 가야 하는 걸까요. 한곳에 올인을 해도 다 만날 거란 확신이 들지 않는데. 제가 어디를 선택해야 좋을까요.”
만나고 싶은 풀 타입 포켓몬이 도감번호 001번부터 주르륵 있는데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