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익은 전자음과 함께 서 있는 공간이 바뀐다. 제 발밑에는 두 자루의 권총, 눈앞에는 딱 인간 크기의 크리쳐. 의도된 것이다.미션 내용은 사전에 들었다. 아인델은 곧장 발끝으로 권총을 차올려 손에 쥐었다.
탄창 부분을 손바닥으로 받치고 한쪽 무릎을 앞으로 하여 무게 중심을 잡는다. 크리쳐는 아직까지 적의를 보이지 않고 어리둥절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 또한 의도된 것이다.
총을 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 호신술의 연장이었다. 센티넬이 되기 전에도 그녀는 아스테반의 딸이었고 경호원이 늘 곁에 있다 해도 위급 시에 제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배웠다. 총을 가르치면서도 아버지는 그녀의 은발을 쓰다듬으며 다정히 말씀해주셨지. 「네게 이 배움이 무용한 것이 되게 하겠다.」 고.
세상은 역시 유비무환이다. 상대에게로 총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일련의 동작은 물 흐르는 것과 같았다. 쏜다면 급소를 맞출 것. 머리를 맞출 자신은 없었기에 가슴부터 노렸다. 탕, 다음은 다리. 탕. 이어서 크리쳐가 휘청거리고 무릎을 굽히면 거리를 좁혀 머리까지. 탕.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크리쳐의 피가 붉었다.
바로 어제자 가이드의 미션을 떠올렸다. 모든 미션에는 의도가 함유되어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움직이도록,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묶여 조종되는 것만 같았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인델은 차라리 말로써 해주길 바랐다. 귀관들은 군인이 될 것이다. 명령에 복종해라. 크리쳐는 인간이 아니다. 사살에 주저함을 갖지 말아라. 폭주한 센티넬── 또한──,
지-잉.
홀로그램의 공간이 거두어져 간다. 곧 격자무늬의 흰 방으로 돌아오면 아인델은 문을 열고 훈련장을 뒤로 했다. 드물게도 심기가 불편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