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몇 번이나 두려움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표면적인 것까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너머에 네가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억누르고 있는지까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네게 답을 주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
네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온전히 너의 몫이다. 네 존재에 대한 책임이자 권리였다. 하지만,
네 이능력을 떠올렸다. 폭식(暴食). 무엇이든 네 손으로 집어삼킬 것만 같은 새까만 탐욕. 네게도 분명 욕망이 있다. 많은 욕망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욕심내야 좋을까. 너는 그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하였지만 실은 알기를 두려워할 뿐이라 보았다. 선악과에 손을 뻗은 뒤 더 이상 좁은 낙원에서 살 수 없게 된 언젠가의 선조처럼 되기 두려워, 모른 채 있으려는 것이다.
그런 네가 네 소리로 욕심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금빛 눈동자에 선연히 탐욕이 이는 걸 보았다. 그 위로 부채질을 한다. 좀 더 타오르란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끝내 강하게 움켜쥐는 손아귀에 입꼬리가 당겨 올랐지. 잘했어. 잘하고 있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욕망을 갖지. 무수히 많은 욕망을 갖지만, 그걸 다 가질 수는 없어.”
그래서 인간의 탐욕은 멎지 않는 것이다. 바닷물을 마시고 갈증을 내는 것처럼. 천천히 깍지 꼈던 손을 풀고 네 검은 손바닥을 하늘이 보이도록 펼쳤다. 그리고 그 양손에 제 주먹을 하나씩 올렸다. 겨우 소리 내 말하는 법을 익힌 아이에게 그 다음을 준다.
“저울질을 하렴. 나를 삼켜버리고 싶은 욕망과, 내 손을 잡고 싶은 욕망. 보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원하는 것을 움켜쥐기 위해 노력하는 거란다.”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지. 그게 네가 바라는 것에 손을 뻗기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이란 게 아니겠니. 리스크를 지지 않는 욕심이란 없어. 그럼에도 네가 지금 그 자리에 머물길 거부한다면, 나아가고 싶다면 말이지.
해내야지 않겠니.
못한다면, 먹힐 뿐이고.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란다. 자, 어서 쥐어보렴. 내 손이 여기에 있어. 둥글게 말린 흰 손이 네 위에 놓여 있다. 보란 듯 턱짓을 하고는 입술을 깨물고 또 다시 움츠리려는 아이에게 속살였다.
제가 우리 애를 정말 사랑했는데요....
그거랑 별개로 한 끗 잘못하면 가스라이팅 해버릴 것 같아서 질서선과 가스라이팅과 서먹한 캐입 사이에서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