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07) 01.11. 향긋한 보이스

천가유 2022. 4. 11. 22:25

With. 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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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카페 허브티

 

어서 오세요, 카페 허브티입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경쾌하고 맑은 차임이 울린다. 낭랑한 목소리가 벨소리의 뒤를 따르고 향긋한 허브 향기가 방문객을 휘감았다. 청각과 후각의 하모니, 거기에 귀여운 에이프런을 걸친 직원이 반겨준다면 누가 반갑지 않을까. 백이면 백 기분 좋은 미소를 입에 걸지 않을 수 없는 마법이다.

단골손님도 자주 방문하지 않던 이도, 파피루스가 모집한 캠프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를 왔다는 소문에 그저 그 얼굴이 구경하고 싶었을 뿐인 주민들까지도 모두가 웃는 얼굴이 되어 차를 주문했다. 덕분에 한산해야 할 화요일, 카페는 조금 복작복작했다.

히비스커스 티 한 잔, 뱅쇼 한 잔이에요, 에셸 씨.”

네에.”

주문을 확인한 에셸은 레시피가 적힌 메모를 확인하며 정량의 찻잎을 투명한 유리다기에 넣었다. 따뜻한 물에 히비스커스의 색이 우러나는 동안 옆에는 취향에 따라 단맛을 조절하도록 꿀이 든 종지그릇을 놓고 뱅쇼에 넣을 시나몬 스틱을 찾았다. 카페 허브티에는 차를 주문한 분들에게 매번 작은 쿠키가 딸려 갔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방문했을 때, 이 쿠키들을 다 직접 만드신 거예요? 물어봤을 때 벤더 씨는 어떤 답을 주셨더라. 차와 어울리는 깜찍한 두코 모양 쿠키를 인원수에 맞춰 쟁반을 채운다.

이리나 씨. 여기 주문 받은 두 잔이에요.”

쟁반을 든 이리나가 에이프런을 가볍게 정돈하고 테이블로 간다. 함께 호흡을 맞추기는 처음이었음에도 이리나와 에셸은 손발이 잘 맞았다. 분업을 잘했다고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는 처음이라던 이리나는 처음에 쟁반 드는 일부터 조금 어색해 하였으나 금방 적응해냈다. 무엇보다 한시도 웃는 낯이 사라지지 않는 게 눈부셨다.

종종 차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었다. 사전에 벤더에게 간단한 교육을 받은 두 사람은 간간이 컨닝페이퍼를 확인하며 메뉴를 설명하였다. 이리나의 목소리는 카페에 다른 음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나긋나긋하게 흘렀다. 한 번도 그가 나오는 기상예보를 들어본 적 없음에도 자연히 날씨를 알려주는 목소리가 연상될 정도였다.

이리나 루실, 처음에는 그 성을 들었을 때 우연히 겹친 것이라 생각했지만 에셸도 몇 번인가 서면으로 마주한 적 있는 미르시티의 무역회사가 맞았던 모양이다. 또래의 친구는 같은 직종의 부모님을 두고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었던가. 그러면서도 이렇게 각자의 길이 겹치게 되는 우연을 보니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말 좋은 목소리예요.”

목소리만이 아니라 발음도, 또박또박하게 음절을 끊어내는 분명한 전달력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며 에셸은 자신을 찾는 손님에게로 종종걸음을 걸어갔다.

따라드릴까요, 손님?”

그렇다고 이리나에게 모든 역할을 넘겨주고 있진 않았다. 손님에게 다가간 에셸은 찻주전자의 뚜껑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누르고 투명한 유리 내부의 찻물이 시계방향으로 돌도록 손님의 잔을 채웠다. 잔과 주전자의 높이를 조절해 찻물이 공기를 머금고 떨어지도록 하면 찻물이 관통한 자리에서부터 향긋한 차향이 테이블에 퍼져나갔다.

벤더 씨에게 배운 기술 중 하나다. 차를 따를 때는 이 정도 높이에서,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맛있는 차를 위해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얼마나 많은지. 너무 일찍 사회 진로를 정해버린 에셸에게 이 작은 아르바이트 체험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새삼스러운 실감을 안겨주었다.

기울어지는 쟁반을 캐럿의 부드러운 날개가 받친다. 물이 끓자 위키링이 화력을 조절했다. 대타로 필요한 건 1명이었지만 2, 그 이상이 와준 덕에 상대적으로 손이 비게 된 벤더는 허브 밭에 물을 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새내기를 지켜보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머지않아 15. 무사고의 훈장을 기대해도 될까?


이리나와 신나는 아르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