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색, 전혀 다른 온도, 아니 어쩌면 닮은 온도이면서 그러나 결국 맞지 않는 온도의 두 눈이 시선을 부딪친다. 너와는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는 것 같았다. 화상, 예상, 그렇게 서로를 소모시키기만 한다.
그럼에도 부딪친다. 너를 납득시키고 굴복시키는 것이 내겐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너에게 증명해야 했다. 너만이 아닌 수많은 가이드에게, 수많은 인류에게.
네가 굽혀온 만큼 곧게 허리를 편다. 두 손을 허리에 얹고 가슴을 내민다. 무방비하다고 해도 좋은 자신에 찬 자세였다. 어떤 시선 앞에서도 나는 당당했다.
완전무결의 거미, 아인델 아라크네다.
“인류를 위해 일한다 해도 그것은 내 선택이란다. 내가 가진 능력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다만 그 일이 숭고하기 때문에.”
오직 그 하나뿐. 내가 행하는 일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데 때로 너처럼 착각하는 이들이 있지 않니.”
허리 위에 얹었던 손을 얽어 팔짱을 끼고 널 본다. 또렷한 시선이 네 안까지 들여다볼 듯 찔러들었다. 사람은 때로 스스로에게 향해야 할 말을 남에게로 돌리고는 한다. 혹 지금의 네가 그렇지 않을까.
“가이드의 역할에 집착하고 있지 않니, 디뉴엘. 센티넬에겐 반드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가이드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정작 네 마음이야말로 센티넬이란 존재에 의존하고 있지 않니?”
그렇게 해서 센티넬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니. 디뉴엘, 네가 정말 바라는 것은, 또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기지만 말고.
“네 숫된 열은 이제 질렸단다. 언제까지 제자리에 멈춰있을 거니.”
천천히 손을 뻗어 뺨을 집는다. 네 뺨은 얼음장처럼 차가울까. 화상을 입은 듯 뜨거울까. 사뭇 다정히 어루만지는 그 모습은 오만하고 또한 자애롭다 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