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는 풀 포켓몬이에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약육강식의 세계, 적자생존의 냉혹한 야생, 먹이사슬의 피라미드에서 상당히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에요. 네에~? 너무하지 않냐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내 소중한 포켓몬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냉혹히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해요. 마냥 내 포켓몬이 최고다, 세계 최강이다. 그런 입발린 말을 하는 건 테리도 바라지 않을 거라니까요.
───아아앗, 테리. 그렇게 째려보지 마. 그 눈빛은 꼭 “알면 무리해서 배틀에 내보내지 말아요.” 같잖아. 그야 나는 테리가 아주 소중하고 테리를 사랑하지만 그러니까 내 파트너로서 우리 함께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잖아? 어, 앞뒤가 모순된다고? 으흠, 흠, 크흠.
아무튼 쭉쭉 잡아당기는 테리를 따라 가보자 그 너머에는 아무 씨가 있었어요. 아무 씨는 베테랑 트레이너인데요. 아주아주 강한 사람이고 약육강식의 세계관에서 베테랑 위치에 있는 사람이에요. 그보다 테리는 아무 씨 주머니에서 나는 나무열매 냄새를 맡은 것 같지만…… 테리를 품에 안아들고 “저기, 아무 씨~” 하고 바빠 보이는 아무 씨를 불렀어요.
“아무 씨. 풀 포켓몬도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안 된다면, 꿈이 너무 크다면, 빨리 진실을 말해주세요. 아무 씨! 저는 마치 아이의 진로상담을 하러 온 학부모 기분으로 아무 씨를 올려다보고 말았어요.
살금, 사알금. 사아아아알금. 발뒤꿈치를 들고 저는 지금 테리와 은밀한 행동을 하고 있어요. 목표는 저 달콤한 꿀!
“도둑질인가요?”
“히이익. 아니에요. 결코 도둑질이 아니에요!”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아니, 몰랑 선생님이 날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저 작고 귀여운 에리본에게 몰랑 선생님을 들어 올려 날아오르라는 건 가혹하잖아요. 포켓몬 학대예요. 몽얌나는 비행 포켓몬이 아니고요. 아이 참 그러니까 제 말은 즉
“꾸, 꿀을 조금 구경하려고 했어요.”
고양이가 생선가게 못 지나간다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우리집은 꽃가게인데 말이죠. 가게명은 [체리베리 플라워샵]! 아주 귀여운 이름이죠? 나름 꽃향기마을의 명물이랍니다. 귀여운 마스코트 체리꼬와 체리버가 있는 가게로요. 네, 저요? 아이 참, 저는 마스코트가 아니라 점원!
가게의 뒤편에는 직접 가꾸는 화단과 온실이 있는데 그 근처에서 양봉업도 조금이지만 하고 있어요. 양봉업은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라 아빠 담당으로 벌집 근처에 저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벌집이 또 얼마나 맛있는지…… 아, 또 침이.
테리와 저는 좋은 짝꿍이었답니다. 몰래 벌집을 아주 쬐끔만 잘라서 나눠먹는. 제가 망을 보고 테리가 잎사귀로 슥삭 잘라내는 역할이었어요. 그리고 둘이 함께 나눠먹다가 아빠가 발견하고 혼쭐이 나고……. 아앗, 이야기가 또 셌다.
“그, 그러니까 제 말은 말이죠. 몰랑 선생님의 꿀과 저희집 꿀의 맛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는 거예요. 자, 보세요. 이게 저희집 꿀! 선생님도 먹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