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니켈입니다! 하나지방에서 왔고… 포켓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답답하더라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니켈 씨에 대해서는 캠프 첫날 똑똑히 기억하게 됐어요. 다들 눈치만 보면서 서로 통성명도 하지 못하고 쭈뼛대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이름을 말해준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니켈 씨는 제 이름을 몰라도 저는 니켈 씨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첫날부터.
‘포켓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니, 그런 것치고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포켓몬이 친구인데요.’
그 뒤로도 니켈 씨는 엄청 눈에 띄어서요. 그야 이 트레이너 캠프 다들 개성 강한 친구들이라서 한 명, 한 명 소란스럽고 아주 자기 어필이 대단했지만 그 사이에서도 툭하면 자기 포켓몬에게 화상을 입고 맨날 힘겨루기를 하고 씨름을 하고, 그러다 활화르바 때문에 지쳐서 아~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 게 아닐까.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
으응, 사실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 걱정을 했어요. 가끔 샐러리맨의 습관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던데, 왜 직장을 그만 두고 트레이너 캠프에 온 걸까 하고 말이죠. 새 친구가 생기고 두 친구가 또 신경전을 벌이고 서열 싸움을 하고 그 사이에 껴서 호되게 당하고, 농담 삼아 약육강식의 제일 아래라고 했지만 이러다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건 다 제 섣부른 걱정이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말이죠, 니켈 씨가 다른 누군가의 억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활화르바와 함께 캠프에 오기로 결정했다는 거란 걸 잊어버렸던 거예요.
니켈 씨는 아무리 무거워도 그 아이를 꼭 안고 다니고 아무리 활화르바가 심술을 부려도 그 앞에서 떠나지 않아요. 구구와 활화르바가 싸우면 사이에서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도망가지 않아요.
니켈 씨는 이미 훌륭한 트레이너였던 거예요. 아직 초보지만.
・
・
“니켈 씨 포켓몬이니까, 명령을 해보세요!”
“…!!! 명령…?!”
아니, 아무리 초보라지만 거기서 눈이 그렇게 댕그래지면 어떡해요 니켈 씨!!! 아직 초보지만. 초보라지만!
“화, 활화르바 그만해!”
저 아이는 사실 이제까지 니켈 씨가 먼저 말 걸어주길 쭉 기다렸던 건 아닐까요. 니켈 씨의 말 한 마디에 온순해지는 활화르바를 보고 모종삽을 든 저와 두 손을 축 늘어트린 니켈 씨는 잠시 쌍방 말을 잃었어요.
그 때의 니켈 씨의 표정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망연해 보이기도 하고 허탈해 보이기도 하고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해 보여서,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어버리는 건지 잘 모르겠는 기분이었지만……
“덕분에 좋은 걸 배웠네요~ 제가 학생 성함을 여쭤봤던가요?”
저에게는 금세 다시 웃더라고요. 이것도 샐러리맨의 습관 같은 걸까요. 복잡한 기분일 때는 복잡한 기분인 채 있어도 될 텐데.
저는 잠시 커다란 가방 안을 뒤적거렸어요. 분명 이 안에, 어딘가에 있던 것 같은데…… ……꼭 4차원 주머니 같은 가방 안을 뒤적이다가 겨우 찾던 걸 발견해낸 저는 니켈 씨에게 다가가서 잠시만 조금만 숙여달라고 손짓하고, 그 목도리에.
“제 이름은 디모넵이라고 해요. 디모넵 라지엘, 신오지방 꽃향기마을 출신이에요.”
언젠가 사두었던 초보 뱃지를 달아주었어요. ───헉, 너무 실례되는 행동은 아니었을까?? 충동적으로 달아놓고 잠깐 멈칫하고 말았지만 그, 그래도~~! 뻔뻔해지기로 하고 뱃지를 달아준 뒤 한 발짝 물러났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뻔뻔하게 박수를 쳐주었어요.
“축하드려요, 니켈 씨. 활화르바가 처음으로 니켈 씨의 명령을 들었어요! 이걸로 니켈 씨도 트레이너 레벨 up~! 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그으러니까, 이건 니켈 씨가 새로운 걸 알게 된 기념으로 제가 주는 선물이에요. 라이지방 체육관 뱃지보다 먼저 받은 아주 유니크한 거라고요? ……헤헤. 우리 캠프가 다 끝날 때는 니켈 씨도 이 뱃지가 필요 없는 멋진 트레이너가 되어 있겠죠.”
2개월 뒤의 미래가 아직 그려지진 않지만 내 성장을 기대하는 만큼이나 누군가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마음도 무척이나 따뜻하고 기쁜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