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밤은 식을 줄을 몰랐다. 타닥타닥하고 불꽃이 피어오르는 광장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면 가장자리에 앉은 악단이 사람들의 춤에 맞춰 즐거운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즐거운 듯한 웃음소리와 스텝을 밟는 구두 소리, 악기 소리와 모닥불이 타는 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흥겹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 곡 추시겠어요?”
이 날 추는 춤은 사람들의 안녕과 무운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안녕만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무운일까? 하지만 왠지 모르지도 않을 것 같았다. 여기서 나가면 금세 척박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고, 겨울은 하루가 다르게 성큼 마을을 덮치고 있었으니까. 에슬리와 아카데미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한 것도 본디 그런 이유였다. 언제 마을을 덮칠지 모를 몬스터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부러 더 목소리를 높여 웃고 구두 굽 소리로 춤을 추는 게 아닐까.
“응. 우리도 빙글빙글 춤추자, 루!”
평소 같으면 그녀가 먼저 상대에게 손을 내민다거나 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는 일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손을 내밀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 낄 수 없다는 두려움, 언제나 그녀 안에서 그녀를 좀먹던 감정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꼭 사고 싶었던 펭귄 가면을 산 덕일까, 아니면 가면을 쓴 덕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취한 덕일까.
이유는 무엇이든 좋았다. 노래하듯 흥얼거리는 목소리와 입가에 느슨하게 걸린 미소를 좇아서 그의 손을 맞잡은 채 이끌려갔다.
“좀 더 밝은 곳으로 갈까?”
“좋아♪”
사람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빙글빙글 춤을 춘다. 그녀의 친구는 몸을 움직이는 건 특기가 아니라고 한 것처럼 어쩐지 다른 사람들보다 반 보 느린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떨까. 춤을 이상하게 춘다고 손가락질 할 사람 같은 건 없었다. 휘적휘적한 발을 쫓아서 스텝을 밟는다.
그가 손을 들어 빙그르르 돌려주는 박자에 맞춰 긴 머리카락을 말꼬리처럼 살랑거리며 원을 그려본다. 예쁜 드레스가 팔랑하고 움직이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무도회에 어울리지 않을까. 지금이라면 동화책의 한 페이지, 그 어느 한 구석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고풍스러운 가게의 유리창 너머에서 태엽 소리에 맞춰 춤을 추던 인형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며 끝나던 동화책 속 공주님과 왕자님, 한 번도 그런 것에 욕심내어 본 적은 없지만── 지금이라면 그 행복한 세계 속의 한 사람 정도는 욕심내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불쑥 떠오른 생각에 두 뺨이 상기되어 파핫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만큼은, 이 밤만큼은, 신데렐라의 마법이라도 좋으니까.
“루도 즐기고 있어?”
“응! 정말정말 즐거워…! 에슬리처럼 좋은 친구랑, 함께 있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걸. 아카데미에 가는 건 그저 공부를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오고 나서 많은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것만이 아니란 걸 배웠어.
몇 번이나 손을 꼬옥 잡아주고 껴안아준 내 친구.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하기만 한 이 친구에게 그래서 가끔은 두려움도 느껴버리고 말지만……, 그럼에도 그가 맞잡아주는 손은 역시 기쁘기에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잠시 접어둔 채, 오늘은 그저 함박웃음을 그렸다.
“나도 마찬가지야. 루와 함께 있어서 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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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링크 뒤에 링크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걸 보고 (어?) 했다. 오너님 저는 로그 쓰는 게 취미인 사람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