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이동한 끝에 저녁 무렵에는 베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쪽에서부터 실베니아로 향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목적지만 보고 가느라 다른 곳은 전혀 구경할 여유가 없었던 탓에 에슬리로서는 제대로 구경하는 첫 서쪽의 도시였다. 베일은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답게 저녁임에도 곳곳에 등불이 밝혀져 떠들썩한 목소리로 가득했다. 건물 사이사이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 위로는 독특한 모양의 작은 배가 끊임없이 오갔다. 제가 지냈던 시궁창 같이 더럽던 뒷골목이나 기계로 가득해 쇠 냄새가 나던 곳, 혹은 아무것도 없고 있는 것이라곤 바위와 모래투성이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에 에슬리는 넋을 잃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굉장해!”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 따위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그야 거대 변이종이 온다는 소식이야 머릿속에 착실히 넣어두었고 전날 미리 검도 깨끗이 닦아두었지만 그건 일이 닥친 다음에 생각해도 좋을 문제, 중요한 건 이 아름다운 도시를 탐험하는 것이다. 양 볼이 붉게 달아올라 상기된 표정을 하고 에슬리는 마치 눈을 만난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펭귄 가면은 어디서 팔지?
노점들은 천으로 된 지붕에 등불을 켠 채 여전히 장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파는 가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그녀가 원하는 종류의 것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두리번거리며 찾자 어디선가는 꼭 진짜 같은 탈을 팔기도 했다. 화위에서 보던 사자탈 비슷한 것도 발견한 에슬리는 장난삼아 그걸 써보고 놀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거기엔 마치 진짜 펭귄 같은 리얼한 펭귄탈도 있었지만 귀엽지 않다. ──물론 쓰면 재밌겠지만, 그러다 진짜 펭귄으로 오해라도 사면 곤란하니까.
한참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던 에슬리는 기어코 아이들 용인 것 같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가면을 파는 노점을 발견하고 손가락질을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펭귄 가면!”
바가지를 조심하라던 에르덴의 말이 이 중요한 순간에 떠오를 리 만무했다. 상인이 얼마를 부르는지도 개의치 않고 손 때 묻은 가죽주머니를 풀어서 돈을 지불한 에슬리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펭귄 가면을 머리 위에 썼다.
“이히히.”
친구들과 여행을 왔고, 펭귄 가면도 샀다. 여기서 조금만 더 서쪽으로 가면 진짜 펭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가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말이지 즐겁지 않을 수 없는 여행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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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글은 그림을 올리기 위한 밑밥이었을 뿐. 그림은 안개님이랑 연성 딜 해서 받았다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