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요소라에게 재능이 없었더라면 요소라는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혹은 요소라가 빛나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게 밤하늘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좋아하는 평온함을 즐기지 않았을까? 요리는 늘 궁금했다.
「그런 말 하면 섭섭한걸. 난 요리와 함께 있는 쪽이 좋으니까.」
그럴 때마다 요소라는 언제나 똑같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면 요리는 말문이 막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요소라는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었다. 분가의 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간 나오지 않았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아마 요리가 요소라와 비슷한 또래였으면 질투로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하기에 요소라는 이미 그녀의 한참 앞을 걸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질투보다는 선망과 동경을 품었다.
《언젠가 나도 요소라가 있는 곳까지 닿고 싶어.》
그렇게 꿈꾸던 날도 있었다. 발돋움을 해서 손을 뻗어보고, 고사리 손으로 시위를 당기고 천근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고 별을 헤아렸다.
그러나, 아마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허락하지 않았다.
비겁해. 나는─── 잠깐 자기 생각에 빠지던 요리는 헛하고 정신을 차렸다. 손위 형제라는 동질감 때문일까 생각이 멋대로 저 밤하늘 너머 고향까지 닿았다 돌아왔다.
눈앞에는 어딘지 침통한 표정을 한 선배가 있었다. 재능 넘치는 누님에 비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스스로를 환멸 한다고 말하는 선배. 조금 다르지만 결국엔 자신과 비슷한, 차마 그가 품고 있는 고통을 다 안다고 말할 순 없었지만 요리는 그에게서 언젠가의 자신을 겹쳤다.
「나도 요소라처럼 되고 싶어!」
「요리는 내가 될 필요 없어. 요리에겐 요리의 빛이 있으니까.」
그녀가 갖고 싶은 건 요소라처럼 상냥하고 따뜻한, 누구든 품어줄 것 같은 그런 빛이었다. 동시에 어딘지 차가운 빛을 보듬어줄 수 있는 빛을 갖길 바랐다.
「난 요리만의 빛이 더 보고 싶은걸.」
하지만 요소라가 그렇게 말하니까, 자신의 빛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아직도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었지만 납득할 날이 오길 바랐다.
“그래도, 선배는 빛날 수 있어요. 누님과 같은 색이 아니더라도 선배에겐 선배만의 빛이 있어요. 지금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도 괜찮지만 이래봬도 빛을 보는 건 내 특기니까, 언젠가 알아차릴 날이 올 거예요.”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을 따라하는 주제에 너무 잘난 듯 굴었을까? 말해놓고 조금 부끄러워 표정을 숨기기 위해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반응을 살피듯 시선을 내렸다.
“……제 빛을 찾는 날이 오게 된다면, 참으로 좋겠군요. 지금의 제 눈에는 아무 빛도 보이지 않습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에겐 아무런 빛도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어딘지 아련해서, 요리는 저도 모르게 다가갈 뻔했다.
그 전에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주었다.
“……그래도 당신의 말을 들으니 기운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익숙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익숙해서 정말 웃는 게 맞는 건지도 헷갈리는 미소가. 그러나 빛이 없는 눈동자에 요리는 입안에 쓴맛이 퍼지는 걸 느꼈다.
하긴,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별 말 안 했는걸요. 그래도 기운이 났으면 다행이에요. ……혹시 자신의 별이 궁금해지면 언제든 나나 호시 나나 번을 찾아주세요☆ 라거나. 에헷.”
멋쩍게 뺨을 긁으며 요리는 문득 오빠가 보고 싶어졌다. 그라면 좀 더 좋은 말을 해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