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의 훈화가 끝나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 강당 안, 느지막이 들어와서 입을 연 건 7학년의 선배였다. 아마, 그렇지. 세이쇼 선배.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최고 학년쯤 되면 몰라도 알 수밖에 없게 된다.
“언제나와 똑같이, 알아서 죽지 말기~ 래요.”
이쪽에서만 아는 일방적인 친근감으로 웃으며 말을 걸자 상대방도 마주 웃으며 대화를 받아준다. 제법 장신이지만 선이 가늘고, 창백한 피부를 한 남자. 아마 언제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강시만 아니었더라면 유약한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곁에 보디가드처럼 있는 큰 체구의 강시가 버티고 있는데 그를 만만하게 볼 사람은 없었다.
요리 역시 처음엔 강시를 보고 움찔했다.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옆에 저런 게 버티고 있으면 편하게 있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러나 대화를 하다 보면 강시의 존재는 까맣게 잊게 되었다. 강시는 그림자처럼 그의 뒤에서 존재감을 지우고 있었고, 오히려 강시보다도 눈앞의 선배가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태연하게 산 사람에게 ‘내 강시가 되어줄래?’ 같은 말을 하면, 웃을 수 있을 리가.
그러니까 요 며칠 대화하면서 느낀 세이쇼 아야츠루라는 선배는 조금 속이 시꺼멓고 불온한 말을 웃는 얼굴로 하는 무섭고 짓궂은 선배로, ──그렇지만 어딘지 외로움을 타서 반쪽별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짓궂긴 해도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야. 별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무서운 사람은 없는걸.
피부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쌀쌀한 밤, 하늘은 환하게 맑아서 별이 가득하고 땅에는 사랑이 넘치는 두 사람과 존재 자체를 잊은 강시.
그렇지, 존재 자체를 잊었던 강시. 여기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다 문제였을까.
“완-전 기분 좋아요. 나나가 얼마나 든든하냐면, 괴이 100마리한테 포위당해있어도 나나 뒤에 숨어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느낌…!”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울컥하고 태클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태클보다 그에게서 멀어지는 게 급했다. 본능적으로 한 20m쯤 슬금슬금 물러난 요리는 몸의 안전을 챙겼다. 이 선배 저번엔 강시로 만든다더니 이번엔 인간 방패로 쓸 생각이야. 뭐야 그거 무서워-!
“선배! 7학년이 2학년 뒤에 숨지 말아주세요! 요리는 연약하다고요??”
“무슨 소리죠?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리는데요~”
절대 거짓말이야, 다 들리고 있어. 아니면 잡아와, 츠키무라! 란 말이 내 귀에 들릴 리 없잖아! 요리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강시의 이름을 두 귀로 똑똑히 들으며 반사적으로 허리 뒤에 매달려 있던 활을 잡아 시위를 당겼다. 언제나 밤에 나갈 땐 챙기고 다니는 게 다행이지. 이러려고 가져온 건 아니었지만.
차마 강시에게 명중을 시킬 순 없었다. 이미 시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보다 강시에게 활을 맞혔을 때 강시의 수리비라거나─요리는 부자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불안했기 때문에 강시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걸 멈추게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강시는 처음만 주춤했을 뿐 곧 거침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싫어어어─────!!!!!!
야밤에 새빨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거구의 강시라니. 절대 괴담이다. 이곳은 가뜩이나 괴담, 괴이로 유명하였지만 곧 이제까지에 지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새 괴담이 추가될 거라고 요리는 자신할 수 있었다. 괴담의 이름은 뭘까. 운동장을 달리는 붉은 강시와 가엾은 소녀의 비명 소리? 혼비백산한 요리는 있는 힘껏 강시와 달리기 시합을 벌였지만 오래 가지 못해 그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
조금 달렸다고 땀이 밴 피부에 닿는 시체의 서늘한 피부란, 완전 트라우마로 남을 일이다. 울상이 되어 매달려온 요리를 보고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남자는 정작 어찌나 상큼하게 웃던지. 강시에게 붙잡혀 있지만 않았어도 힘껏 때려주었을 텐데.
“나나는… 참 듬직해요. 죽어서도… 저를 100마리의 괴이에게서 지켜줄 것만 같죠…☆”
“싫──어──요. 으아앙. 요리의 영혼을 하늘로 놓아주세요!!”
그보다 죽지 않을 거니까!!!
아아,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요소라………. 요리가 죽거든 절대로 시체까지 지켜주셔야 해요……. 세이쇼에게서 해방되면 당장 오빠에게 편지부터 써야겠다고 요리는 간절히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이 선배를 만날 때는 절대 최소 30m의 거리를 유지하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