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며 요리는 새치름하게 눈을 접고 웃는다. 그녀의 말에 그는 일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굳은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지는 약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이렇게 심장이 조이듯 아픈 걸까. 요리는 두근거리는 일이라면 언제나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쪽이었지만 이런 기분은 곤란하다. 당장에 얼굴이 보고 싶어서 달려가고 싶고 쳐다보기만 해도 들뜨고, 하지만 닿지 않아서 숨이 막힐 듯 괴롭고 슬퍼지고.
또 느끼고 싶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껏 최선을 다해 한 보 밖에 있던 건데 설마 이런 약 하나로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이건 약효야. 약효 때문이야. 괜찮아.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면서도 부끄러움을 깨달은 이브처럼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주의 옷자락을 쥐고 싶은 마리아처럼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여 머릿속에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듯 했다.
그래도 요리는 꿋꿋이 눈앞의 상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 약효 이전의 마음이었으니까.
미하마 우즈키 선배. 올해 편입한 사람이었지. 언제나처럼 밤 산책을 하던 그녀의 앞에 불쑥 나타나 먼저 친근하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던 기억이 있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이쪽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주었다. 덕분에 같이 핫초코를 마시면서 학교에 대해 오만 가지 이야기를 다 나누는 동안 요리는 꼭 어리광을 부리는 공주님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딘지 이상한 관계였다.
「선배가 좋아하는 건 뭐예요?」
「나나에게 맞춰주는 거란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천칭처럼.
요리는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시간이나 좋아하는 일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다. 마치 자신의 취향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그는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하나의 톱니바퀴를 이루는 듯 해 보였다.
아마 그래서 끈질기게 그가 해주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캐물었던 거겠지. 꺼려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학원에 오기 전엔 어떻게 지냈는지,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겨우 끄집어낸 그의 본심이 약효 덕이란 건 조금 슬펐지만.
“호의를 받은 사람으로서 호의를 되돌려주고 싶었으니까요. 내가 기뻤으니까 상대방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 평범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하고 요리는 다시 한 번, 채 다 삼켜내지 못한 고백을 토해내고 아주 쓴 약을 삼킨 사람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린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 불안했어요.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호의를 받기만 하는 관계가 정말로 괜찮은 건지. 어느 날 선배가 뚝 노력을 멈춰버리면 나야말로 완전 버려진 기분이 될 거라고요. 나는 선배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이곳에 오기 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아무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 걸까. 요리는 그가 대단한 노력가에 성실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 본인은 스스로의 행동을 위선이라 느끼는 모양이었지만 위선조차도 부리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사람들 가운데 그는 틀림없이 선을 베푸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든가 쓸쓸하다든가, ……그건 이미 훌륭한 저주가 아닐까.
──저주라면 파훼해야 마땅하지. 요리는 할 줄 모르지만, 이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까지 실컷 잘난 듯 떠들어놓고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이지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만약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제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이번엔 나도 같이 노력해볼 테니까 하맛치 선배가 관심 있는 이야기는 어떤 건지 가르쳐주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