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피치럼블 75

004) 09.23. 선배의 경험담

ㅡ르나르 귀하 더보기 “으핫, 비법 소스라니.” 그의 맞은편에 아주 자리를 깔고 와 도시락통의 빈자리에 교자를 쏙쏙 더 넣어주었다. 반대로 자신의 교자 접시에는 잘 튀겨진 닭튀김을 쏙 올렸다. 그 달콤아 모양은 주먹밥은 뭘로 분홍색을 표현한 건지 궁금한걸. 가게에서는 색을 낼 때 주로 과일이나 풀을 썼다. 분홍색이면 차조기 잎이려나. 산딸기를 으깨도 좋겠지. 레시피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다 보면 음식이 비워지는 게 순식간이었다. 싹 비워진 접시를 옆으로 밀어둔 능란은 그 자리에서 찻물을 올렸다. 역시 불 타입이 있으면 좋겠어, 가벼운 푸념이 지나간다. “식후에는 역시 따뜻한 차인데, 르나르 씨는 차 좋아해?” 정작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은 미뤄둔 채였다. 퍽 베테랑 트레이너인 척 군 주제에 바로 답이 나오지..

003) 09.21. 시기적절

ㅡ리치 귀하 더보기 화랑지방은 유독 애향심 강한 가문이 많았다. 나고 자란 마을에 다시금 뿌리를 박고 자식을 낳고, 다시 그 자녀가 자라서 기둥을 세우며 몇 대를 이어져 오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풍습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화랑지방을 이뤘다. 능(能)가는 그 중 하나였다. 오랜 선조가 전에 없던 글자를 만들었고 거기에 ‘능하다’는 뜻을 부여하여, 그렇게 만들어진 표의가 누구나 알아들을 뜻으로 굳어져 가문이 이어지도록 그들은 푸실마을에서 긴 세월을 지켜왔다. 분명 몇 대인가 더 위는 봉술에 능한 가문이었지. 지금은 할머니의 어머니인지 할머니의 할머니인지 아니면 그보다 위인지, 사실은 위로 올라갈 것도 없이 할머니가 새 역사를 세운 것인지 요리에 능한 가문이 되었다. 다음에는 무엇이 자랑이 될지 ..

002) 09.18. 출사표

ㅡ개인 로그 더보기 뭔진 몰라도 멋진 말이 곁들어진 수리 박사의 오리엔테이션이 지나고 삼삼오오 화담을 나누는 친목의 장이 열렸을 때, 수다쟁이 능란도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거 꼭 학교에 다녔던 시절이 떠오르는걸. 거의 한 반 규모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오랜만에 자기소개 같은 것도 하고 있자니 다들 차림새만큼이나 다양한 출신지를 선보였다. 가라르의 엔진시티, 신오의 장막시티, 팔데아 베이크마을에 관동지방 갈색시티까지. 다들 참 멀리서도 와주었다. 그만큼 각자의 기대가 걸려 있단 뜻이렷다. 그야말로 동네 마실 나오듯 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걸어온 능란과는 출발점부터 달랐다. 실제로도 정말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장거리 이동의 끝에는 는개마을부터 차도 탔겠지. 이 몸은 집합 ..

001) 09.17. 안녕, 머나먼 지루

ㅡ라한 귀하 더보기 방년 20세, 능란의 하루는 규칙적이면서도 변칙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침이면 전날 가족 여섯이 정한 방식대로 오픈 당번을 뽑았고, 대개 8할이 란의 차지가 되어 그러면 별 수 없이 늘봄까지 달렸다. 쌀을 씻고 전날 준비한 죽통을 늘어놓고 물을 채우고 식탁을 닦고…… 순식간에 8시 알람이 울리면 미리 죽통밥 2개에 불을 올린다. 하루도 빠짐없이 8시 10분에 방문하여 영양죽통밥 2개를 포장해가는 손님을 위해서다. 그를 보내고 나면 하루가 시작된 실감을 느꼈다. 이 뒤에는 거진 배달 때문에 가게에 붙어 있지 않는 정신없는 시간이다. 하루에 12번도 더 가는 가온시티와 는개마을부터 전화가 걸려 오면 죽통밥을 20개쯤 짊어지고 달려야 하는 하랑마을까지, 드물게 나린마을이라도 걸리면 농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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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명가원조할머니손맛 연잎버터죽통밥 4인 시키신 분?” “맛있는 밥 한 그릇에 오고 가는 정 하나. 우리네 인생이란 거지.” 캐치 프레이즈 : 방방곡곡(坊坊曲曲) 딜리버리 걸 ▷ 도화만란(桃花萬爛) 이미지 컬러: #FF8282 외관 : 늘씬하게 쭉 뻗은 키와 곧은 팔다리, 각선미가 돋보이는 차이나드레스에 발을 부드럽게 감싸는 비단신을 신고 산이든 들이든 겅충겅충 잘만 다닌다. 박하 맛 치약을 짠 것만 같은 옥색 섞인 백발은 늘 만두 두 개를 엎어놓은 듯 동그랗게 올려 땋아두었고 언제나 반만 뜬 눈은 속눈썹 아래로 개구쟁이 같은 복숭아색 눈동자를 감추고 있다. 대체로 나른한 표정과 느긋한 말투를 탑재한 채로 어디든 불쑥 잘 나타나는 편. 오른쪽 손목의 옥팔찌에는 얼터스톤이 걸려 있다. 돌에는 잘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