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65

001. 절교

for.바쿠 더보기 001. 07.11. 절교 for.바쿠이능력이 처음으로 발현하던 날엔 기쁨보다도 얼떨떨함이 컸다. 드라마틱한 깨달음은 없었고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아, 처음엔 그저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왔다고만 생각했다. 그 나비가 자신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았을 땐 ‘나비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그건 비눗방울을 불거나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심심한 능력이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다. ─차라리 나비 대신 돈다발을 만들어내지.보기에만 예쁜 줄 알았던 그것의 정확한 쓰임을 안 건 옆집 소년에게 찾아가 자랑하던 때였다. “맥, 내가 예쁜 거 보여줄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긴 소년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불러낸 나비 앞에서 어째서인지 소년이 울었다. 울면..

THE SEED 2024.09.19

THE SEED :: 이온 나비에타

“ 퍼피가 아니라 포피, 저 그렇게 개 같나요? ” [외관]끝으로 갈수록 보랏빛 도는 흑발, 이번 임무가 끝나면 다른 색으로 탈색할 계획이라고 한다. 꼬리뼈까지 오는 숱 많은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울만도 하지만 이능력을 사용할 때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정성껏 기르고 있다고 한다. 대신 임무를 위해 이동하는 동안엔 굵게 땋아서 덜 성가시게 해두었다.고양이상으로 끝이 올라간 눈꼬리와 그 아래로 여름철 새벽 동이 터오르는 하늘색의 눈동자. 오른쪽 눈가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다양한 향수를 즐겨 뿌리는 편으로 최근 자주 뿌리는 것은 제비꽃 향기 베이스.군복은 다른 리폼 없이 정석대로 입었다. 옷 여기저기에 다양한 무기류를 넣어두고 있는 탓에 조금 무겁다고 하는데 살펴보면 주로 얇은 나이프가 많고 총기도 소지하고..

THE SEED 2024.09.19

42)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합작 홈페이지 더보기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영상편집실은 언제나 어두컴컴했다. 그야 화면을 보고 작업해야 하는 직종 상 화면보다 밝은 방이란 존재할 리 없는 명제다. 누구였더라. 우스갯소리로 “PD님, 이러다 저 시력 떨어지면 산재 되나요?” 물어봤다가 된통 깨졌다던가. 다른 직원은 또 “산재 신청할 거면 시력보다 간접흡연이나 해주시죠.” 했다던가.​그래도 과거에 비해 요즘은 편집실 흡연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형편이 나았다. 직장 동료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아니다. 담배 연기가 사람보다 비싼 편집실 장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이런, 시작부터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들이 여기 모인 이유를 보자. 오늘의 테마는 [HERO], 24세기 ..

with.주노 2024.08.17

067) 07.20. 호우好雨

with.이치이여름숲합작 에 참가했습니다~더보기  우기를 앞둔 숲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맑은 것 같다가도 먹구름이 모이기까지 수 분 걸리지 않았다. 이럴 때 과학이라든지 문명이라든지가 발달하는 대가로 자연의 감을 잃어버린 인간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르는 거다. 곧 자연이 물폭탄을 떨어트릴 것을.도리어 기민한 건 포켓몬 쪽이다. 코로, 더듬이로 먼저 대기 중의 습도가 올라가는 걸 눈치챈 포켓몬들이 트레이너를 잡거나 밀거나 해야 겨우 트레이너도 “왜 그래?” 한 마디 남기며 포켓몬의 인도를 따랐다. 그렇게 몇 걸음, 막 잎사귀 무성한 나무 그늘에 닿자마자 천둥이 쳤다. 산울림이 가시기도 전에 눈앞이 번쩍했고 그 뒤를 빗줄기가 쏜살같이 쫓아왔다.쏴아아─, 시원한 소낙비였다.“아이쿠. 모모, 이리 ..

41) 움트는 봄의 어느 날에

For. 주노더보기  TO. 사랑하는 당신에게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인 당신을 떠올리며 또 웃어버렸어요. 급하게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의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하고 또 아름다워서, 이 시간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누적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요.지금 제가 있는 곳은 카푸치노가 맛있다는 카페랍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펜을 들었어요. 원래는 더 일찍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편지지는 훨씬 일찍 사두었어요! 예쁘지 않나요? 봉투를 열자마자 감탄해주었으면, 하고 몰래 기대해봐요─, 어쩐지 저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바로 해버리는 쪽인지도 모르겠어요. 펜을 드는 대신 당장에 전화를 걸고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기분이 지금도 있지 뭐예요. 쓰면서도 혼자 소리 내 읽어버리다가 아연하고 말았는데..

with.주노 2024.04.02

40) How long will we love

for.주노더보기 #.01오늘도 빈틈없이 올려묶은 리본머리를 하고선 화이트데이에 받은 사탕을 입안에 도르르 굴리며 여자는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따스해져 갔다. 곧 있으면 저 둥근 꽃봉오리가 팝콘처럼 펑 터져 온 세상에 꽃보라가 불어치겠지. 그러면 또 얼마나 예쁠까.사탕이 달콤해 뺨이 허물어지도록 행복했다. 발그레한 낯은 누가 봐도 꿈꾸는 소녀다. 그래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냐고? 그럴 리가. 겨우 한 달 전에 밸런타인이라고 하는 가장 좋아하는 행사를 치른 직후였지만 또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이 여러 개일 수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달링.본래부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말하라고 하면 봄을 손꼽아 말했지만..

with.주노 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