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일순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눈에 자신은 어디까지 비쳤을까. 저도 모르게 물러나던 발 아래로 돌이 밟혔다. 아…, 밟힌 바닥이 조금 아프다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감정을 실감한 마지막 시기는 언제였을까. 타카하타 이노리를 눈앞에 두고 세이라는 문득 생각했다. 행복을 잊었다거나 느끼지 못한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이라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주어진 만큼의 행복을.
그러나 언제나 행복의 앞에는 다른 감정들이 우선해 있었다. 감정으로 이루어진 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 탑을 이루듯, 세탄 세이라라고 하는 아이를 채운 감정의 탑에서 행복은 저 아래에 깔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위로 쌓아올려야 하는 감정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세이라는 행복 위에 올라간 감정들을 다 헤아릴 수 없었다.
──11살, 타카하타 이노리가 처음 학원에 왔을 때 그의 앨리스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걱정이었다. 혹은 두려움. 그가 자신의 감정을 보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그의 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
「지금의 저는 어떤 색으로 보이나요?」
그래서 이제껏 그에게 직접 물어보길 피하던 것이 무색하게 튀어나온 질문은 제법 충동적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의심 없는 그의 말에 정말? 반문이 들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정말 당신의 눈에 전 빛나고 있나요? ──어떤 색으로?
「그거 알아? 행복은 노란색이야.」
저를 보는 당신의 눈동자가 다른 색으로 물들어버리는 것은 아니고요?
“그치만 아쉽게도 붉은색~?”
돌을 꾹 밟았다. 얇은 구두의 밑창으로 여기저기 모난 돌의 감촉이 선명했다. 붉은색은, 어떤 감정이더라. 한 박자 늦게 제가 즐거움이라 말했던 걸 떠올렸다. 즐거움은 보인 거구나, 그에게.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리고 뒤로 물러나려던 게 언제였나 싶도록 천연하게 웃었다.
“이상하네요. 저는 분명 타카하타 군과 대화하면서 행복했는데. 즐거움만 보였나요?”
저보다 조금 위의 눈높이. 고개를 살짝 올려 눈을 마주한다. 포슬포슬하고 상냥한 그의 눈 색을 슬픔으로 물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했다. 푸르게, 그리운 고향의 바다처럼 발목을 담그면 투명하게 바닥을 비추는 맑은 청록색이 아닌 새파랗고 깊은,
「그쪽은 조심해야한다. 깊어.」
바닥을 가늠할 수 없어 아차 하는 순간 허우적거리며 빠져버리고 마는 담해(潭海)의 색으로.
아니구나. 깨닫고 안심해버렸다. 어깨의 힘을 조금 풀고 언제나의 미소를 입에 건다.
‘어쩐지 시험을 해버린 느낌이에요. ……미안해요, 타카하타 군.’
오너님한테 디엠으로 무슨 색이 보일까요? 연락이 왔을 때 로그예고장을 받은 기분이었어요(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