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9살의 그 날, 누군가의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옷자락을 붙잡고 부려선 안 되는 욕심을 부렸던 그 날로. 날씨는 어땠더라. 해가 지고 있었나. 어쩌면 밤이었던지도 몰라. 수업도 나가지 않고 있었지. 방 안에 웅크려 골몰하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무거운 다리를 움직여 방문을 두드렸다.
종종 꿈에서도 보는 모습이다. 가선 안 된다고 팔을 뻗어 말리고 싶어지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닿지 않는.
그 날 그녀는 어린 나이에 아주 중요한 것을 하나 깨우쳤다. 세상에는 바라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고, 과욕은 2배로 되돌아온다는 것. 손이 아프도록 편지를 썼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 때문에. ……내가 괜한 부탁을 하는 바람에.
───세탄 세이라는 본디 욕심 없는 아이였다. 온화하고 유순하고, 순종적이라 해도 좋은 것이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었다. 그랬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무언가를 욕심내고 싶지 않았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필요한 것, 원하는 것, 전부 전부!」
칸나즈키 마요이의 말은 그녀가 보이는 미소만큼이나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래서 때때로 바라보다가 눈이 멀어질 것 같은 아득함을… 느껴버리기도 한다. 바람 같은, 아니면 태양 같은, 한밤중에도 환하게 빛나는 달 같은, 발에 뿌리라도 내린 듯 제자리에 멈춰서 잠기려 하는 세이라 자신과는 정 반대에 있는 아이.
「세라 공주님~」
때문에 자신에게 책임감이라도 느끼듯이 다가오는 게 세이라는 종종 의아했다.
긍지 높은 여왕님이고 빛나는 아이돌이고 때론 짓궂은 마왕님이고, ──그러면서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님까지 되어준다고 하네요. 언제나 제게 너무 상냥하고 다정한 마요이. 하지만 당신의 그 상냥함은 어디에 기인해 있는 것일까요. 어디까지 이어지려는 걸까요.
지금은 다르다고,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당신은 말하지만 저는 아직 무서워요. 당신에게 무심코 또 제 목소리가 들릴까봐, 붙잡고 말까봐. 그러다 또 다시……,
말을 삼키는 건 익숙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입만 뻥끗거리는 것도. 찡그려드는 그녀의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며 조심스럽게 볼을 쓰다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웃는다.
“마요이보다는~ 생일도 빠르고 조금 더 어른인 척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 욕심내는 건 제 몫까지 마요이가 해주세요. 저는 지금으로 아주, 충분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