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부모님으로부터 전복을 선물로 받았다. 이 귀한 것을 어찌……, 하는 마음으로 머뭇거렸지만 꼭 챙겨 드시고 몸보신 하라는 아저씨의 말에 못 이겨 받고 말았다. 손바닥만 한 전복이 둘, 이것을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요즘 마을이 북적북적 해진 것을 떠올렸다.
워낙 산세가 험하고 외진 곳에 있어 아는 사람만 안다는 평화롭고 조용한 골짜기 마을, 그런데도 불구하고 용케 찾아오는 사람들이 드문드문하면서 끊이지 않는 이곳이 근래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북적거리는 곳이 되고 말았다. 며칠 전의 밤은 정말 축제라도 하는 것처럼 밤새 이야기소리로 환하였지.
새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봄, 계절에 맞춰 방문한 사람들, 평화로운 게 제일이라지만 매일매일 비슷하게만 흘러가던 일상에 불어온 변화는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그래. 죽을 끓여야지.”
죽이라면 몇 그릇은 족히 나오겠지. 주전부리 할 감자와 옥수수를 찌며 그 옆 솥에다 전복을 삶기 시작한다. 미리 손질까지 다 해놓은 전복이라 따로 더 할 것도 없어 마냥 감사할 뿐이다. 쌀을 부시고 죽에 넣을 채소를 손질한다. 오른손을 접어 주먹을 쥐게 하고 양파 위에 올린다. 그대로 팔에 힘을 주어 고정하고 천천히 왼손을 움직인다. 그렇게 몇 년을 해왔는데도 능숙해지지 않는 칼질에 삐뚤빼뚤하게 썰린 채소들을 보고 혼자 민망해하다가 아차,
“──이크.”
그러게 칼을 잡으면서 딴 짓을 하면 쓰나. 자책을 하며 얼른 손등에 입술을 댔다. 가뜩이나 쓸모없는 손인데 이래서야, 혼자 혀를 차며 남은 걸 조심스럽게 마저 썰어넣고 후다닥 방에 가서 연고를 꺼내 발랐다. 다행히 깊이 베이진 않았다. 이 정도면 며칠 새 낫겠지.
낑낑거리고 손등을 붕대로 감고 팔팔 끓는 죽에 간을 본다. 응, 뭐든 푹 끓이면 맛이 우려 나서 보통 이상은 하게 된다.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 게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그럼 딱 좋을 때 함께 먹을 사람을 구해볼까.
마을에 온 지도 곧 열 손가락 꼽을 햇수가 된다. 처음에는 어린애가 혼자 왔다고 마을 어른들에게 동정을 사고 보살핌을 받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한적한 좋은 터에 집을 짓고─물론 대금을 치르고 받았다─조금씩 세간 살림을 늘려가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을 냈다. 힘든 일이야 많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집이 완성된 뒤부터 삼시세끼 혼자 먹는 일이었을까. 혼자 먹는 건 뭘 해 먹어도 맛이 없어서…… 요리 실력이 늘지 않은 데엔 이런 연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근래에는 나가서도 먹고 초대도 해보고, 나눠먹는다는 즐거운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함께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다고 다시금 실감했다. 그러니 오늘도 행복한 아침의 시작을 열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