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의 꼬리를 물고 다시 그 다음 꼬리를 물고, 너와의 대화는 내게도 유익한 기억이었다.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는 쪽에 속하였지. 내 말은 곧잘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오해를 사지 않고 말하는 법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타인의 오해 따위로 흔들리지 않는다. 정말 오해였을까? 다만 오만일지도 몰랐다.
너는 쉽게 도망쳤다.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굴다가 사람 손을 가리는 강아지마냥 쪼르르 멀어지는 일이 순식간이었다. 그런 네가 나와 대화를 할 때는 꾹 참고 한 문장, 한 단어, 마침표까지 더듬거리며 입술을 움직이는 일이 퍽 기특했다.
「잘했어, 후이위.」
네 노력에 나는 칭찬을 베풀었다. 손길을 베풀고 애정을 베풀었다. 그럴 때면 상기되는 네 표정에 옳지, 아주 잘 하고 있단다. 그러니 조금 더 해보렴. 너를 일으켜 세우고 등을 밀었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느냐 너는 궁금해할지도 몰랐다. 네게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네가 물어온 적이 없기에 나도 답하지 않았다. 언젠가 너 스스로 네게 가치를 매기고 물어올 날을 기다리는지도 몰랐다.
나는 언제든 이 자리에 있어. 네가 찾으면 답을 내줄 거란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가, 가도… 돼요?」
나는 네가 스스로 답을 갈구하기 전에 내 허락 같은 건 필요치 않길 바랐다. 나는 네게 허락을 내주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이지, 네가 내 것도 아닌데.
참을 필요 없어.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무엇이든 해도 괜찮아. 그렇지, 내가 허락할게. 앞선과 사뭇 모순되는 말을 뱉으며 말로써, 시선으로 네 등을 두드린다. 싫어하지 않을 건가요? 간절하게 흘러나온 그 말에 물론이지. 눈동자에 자애가 깃들었다. 언젠가 너는 물어올까. 어째서 이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아. 몇 번이든 말해줄게.”
대화 사이의 침묵이 길었다. 나는 너를 기다렸다. 이윽고 네 금빛의 눈동자에서 후두둑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마저 금빛으로 물들 것만 같았지. 옳지, 겨우 네 목소리로 소리 내었구나. 푹 숙인 채 시선도 맞추지 못하는 아이에게 한 발 다가가 뺨과 턱을 감싸 어루만졌다. 뺨을 짚은 두 개의 손가락, 턱을 감싸는 부드러운 손바닥, 너를 위해 주어지는 온기다. 젖은 뺨을 문질러 닦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피하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 한 점 흐림 없는 금싸라기 같은 시선을 네게로 보냈다.
“잘했어, 챙.”
그렇게 하면 된단다. 네 말이 나를 움직여, 네게 조력하게 할 거야. 네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