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 무르익은 때라는 것이 있다. 과실이 가장 맛있게 익은 순간, 흔들리던 수면이 고요하게 멎는 순간, 사냥감이 과녁에 들어오길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명중시키고 마는 순간, 그 시기란 너무 조급해서도 안 되고 늦어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어려웠다. 완벽한 타이밍을 잡기란.
어려운 것이지만 아인델의 특기이기도 했다. 서두르지 않고 가장 좋은 타이밍을 맞추기.
그녀는 스스로 급박한 상황, 1분 1초를 겨루는 상황에 맞지 않음을 안다. 예를 들자면 어제의 훈련과 같은. 맞지 않다고 못한단 뜻은 아니다. 언제나 상황이 제 원하는 대로 돌아가주지 않는단 것쯤은 알았다. 그렇지만 역시, 이왕 움직일 거라면 베스트를 취하고 싶었다.
그 점에서 오늘의 훈련은 반가운 것이다.
“시끄럽구나.”
굉음이 들린다. 거대한 크리쳐가 금방이라도 벽을 깨부술 듯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한 번의 휘두름에 그녀가 있는 곳까지 닿을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크리쳐의 공격을 벽이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이어나가며 아인델은 두 손을 활짝 펼쳤다.
은색의 실을 자아낸다. 자아내고 자아내, 아름다운 문양을 짜낸다. 감히 신과 겨루려 했던 신화 속 인물, 아라크네처럼. 열 개의 손가락이 연주를 하듯 움직일 때마다 날실과 씨실이 촘촘히 얽히며 무엇으로도 끊어낼 수 없고 어떤 공격이든 흡수하는 완벽한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넓은 벽의 끝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거미줄이 걸린다. 은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벽을 부드럽게 감싸고 크리쳐가 주는 공격을 모조리 흡수하였다.
“조용해졌어.”
아무리 벽을 두드려도 더 이상 그녀가 선 곳까지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제가 만든 결과물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아인델은 훈련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