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딘테그로 : 혁명의 도화선

02. 뤼봉과 라벤더

천가유 2021. 10. 24. 21:05

: 로블렛 H.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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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쿠스토스의 동쪽에는 황폐하고 버려진 땅이 있었답니다. 드넓은 평야지대였던 그곳은 개간을 한다면 좋은 농지가 되었을 테지만 돌과 바위가 가득해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정착한 곳을 찾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땅에 도착해 바위를 부수고 돌을 골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몇날며칠, 혹은 한 달, 혹은 1. 그 사이에 지친 사람들은 다른 땅을 찾아 떠나기도 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바위를 부수고 돌을 고르고 인베스에게 기도드렸죠. 이 땅에 기름진 축복이 내리길.

그러자 정말 기적이 일어났답니다. 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랑스러운 요정이 인베스의 성령처럼 그들에게 내려온 것이죠. 요정은 인베스의 뜻을 따라 속죄와 봉사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날부터 사람들과 함께 바위를 부수고 돌을 골랐죠. 다시 몇날며칠, 혹은 한 달, 혹은 1. 긴 시간 죗값을 치르기 위해 땀 흘리던 요정에게서 언제부턴가 보라색 물이 뚝뚝 떨어지게 되었어요. 고된 요정의 땀이었을까요. 흘린 눈물이었을까요.

요정이 지난 자리에는 자색의 라벤더가 자라기 시작하였고, 물이 다 빠진 요정은 순백색으로 돌아왔답니다. 그 때부터 그 땅은 비옥한 대지의 뤼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땅의 정화라는 사명을 마친 요정은 인베스의 곁으로 돌아갔죠. 황폐한 대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 사이로는 하얀 머리 아이가 태어나는 축복이 생겨나게 되었고 우리는 설화가 알려주는 교훈을 따라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침묵하고, 또 죄사함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La vare. 당신의 모든 죄가 침묵 속에서 씻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