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08) 훈련 No.8 면담

천가유 2022. 8. 24. 23:59

1챕 개인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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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교관, 면담실, 따뜻한 차 한 잔

훈련생은 어떤 파트너를 만나고 싶지?”

──어떤 차부터 마시겠나.

질문에 라리사는 멍한 눈으로 교관을 응시했다. 아무거나. 다 좋아요. 주는 대로. 답이 익숙했는지 차챠 벨로주는 그럼 이걸로 하지. 최근 자주 마시는 것인데…… 말하며 무엇인지 모를 차를 내주었다. 마시자 달았다. 차챠 교관님도 단 걸 좋아하시는구나. 맛보다는 프로틴 같은 걸 마시는 건 아닐까 했다.

차를 홀짝이고 앞에 놓인 다과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는 걸 먹고 있자니 뭘 먹고 있을 때마다 어느새 옆에 오던 친구가 떠올랐다. 여기 있는 다과, 몇 개 가져가면 안 될까? ……아니, 그 친구도 오게 되겠지.

모두가 같은 질문을 받고 다른 답을 하고 가겠지.

훈련생은 어떤 파트너를 만나고 싶지?”

사소한 것이라도 좋네. 자주 대화를 나누어봤다든지 생각이 맞을 것 같다든지 요구사항이 있다면 최대한 그에 맞추려고 해볼 거라네.

시야에는 교관. 언제나의 훈련실이 아닌 면담실, 따뜻한 차 한 잔. 찻잔을 문지르며 라리사는 대답한다.

지정되는 대로.”

누구든, 다 좋아요.

예상되던 답안이었는지 상대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늘상 이런 태도였지, 그는. 한낱 훈련생으로서는 유순하고 군소리 없이 따라와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래서는 곤란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하지만 훈련생은 어떤 이뮤니터를 만나든 상대에게 맞출 만큼 특출나게 재능 있지 않다.”

허점이 많아. 스스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 부족한 점을 채워줄 상대를 찾아야만 자네도, 또 상대도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생각하지 못한 답에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산만하던 태도가 정지했다. 냉정한 평가다. 동시에 정답이다. 또 사실이기도 했다. 그의 부족함이 상대를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상대도 생각해야만 했다.

다시 한번 묻지. 훈련생에게는 어떤 파트너가 필요하지?”

──이곳에 와서 말이 늘었다.

천천히 입을 연다.

라오는, 보기보다 유연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상대에게 맞춰줘. 빌로는 굽히지 않는 게 장점, 주관이 흔들리지 않아. 팬지는 경험이 풍부해. 여러 상황을 대처할 줄 알아. 메랑은 능동적이야. 할 일을 주도할 줄 알아. 께로는 고지식하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아. 시이는 강해.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 저스티는 이상이 있어. 부표를 잃지 않을 거야. 렌지는 우수해. 대등하게 설 수 있어. 크러시는 흔들리지 않아. 의지가 돼. 스티치는 머리가 좋으니까, 생각을 나눠줘. 투투의 결정은 신뢰할 수 있어. 본본이라면 안심이 될 거야. 버텨줄 거라고. 커터는 자기 몫을 다해. 부담을 주지 않아.

이런 캐리어라면 모두…… 환영할 거야. 자랑할만한 동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들처럼 특출한 곳이 있어서 그 장점을 가지고 상대에게 맞춰갈 수 있을까. 아니면 나에게 맞춰줄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킬러라면 내 몫까지 화내줄 텐데. 도넛은 2배로 웃어줄 수도 있어. 리리는 모르는 걸 가르쳐준댔어. 나나는 괴이화싫어하지 않았어. 필링이 거리낌 없이 손잡아줬어. 단단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대. 시가는 따라오게 둘 거야. 슛은어떻지? 알게 해줄까? 팜은 우수해. 챠챠는 두고 가지 않아. 카즈카즈는업어줄게? 티티는 답을 정해줘. 펜의 지원이 불안하지 않아. 필은 노력해줄 걸 알아.

──내게 필요한 파트너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그에게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

저는……

고민하고 생각한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떠올려본다. 조건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그것이 반영될지 어떨지는 차치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짐에 낯설어하며 신중하게 답을 골랐다.

지금, 동기가…… 좋아, . ……그들 중에서라면, 누구라도.”

아무나 괜찮은 것과 다르다. 그들이라서, 모두 좋다. 반대로 말하자면 24기가 아닌 상대라면, 따르겠지만 조금 서운할지도. 대답에 교관이 가볍게 웃었다.

사이가 좋군.”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차를 마신다. 과자는 몇 개 더 주머니에 넣었다. 면담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 외에 바라는 조건이라고는 없어서. 벌써 대단한 조건을 걸어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