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챕 개인로그
시야: 교관, 면담실, 따뜻한 차 한 잔
“훈련생은 어떤 파트너를 만나고 싶지?”
──어떤 차부터 마시겠나.
질문에 라리사는 멍한 눈으로 교관을 응시했다. 아무거나. 다 좋아요. 주는 대로. 답이 익숙했는지 차챠 벨로주는 그럼 이걸로 하지. 최근 자주 마시는 것인데…… 말하며 무엇인지 모를 차를 내주었다. 마시자 달았다. 차챠 교관님도 단 걸 좋아하시는구나. 맛보다는 프로틴 같은 걸 마시는 건 아닐까 했다.
차를 홀짝이고 앞에 놓인 다과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는 걸 먹고 있자니 뭘 먹고 있을 때마다 어느새 옆에 오던 친구가 떠올랐다. 여기 있는 다과, 몇 개 가져가면 안 될까? ……아니, 그 친구도 오게 되겠지.
모두가 같은 질문을 받고 다른 답을 하고 가겠지.
“훈련생은 어떤 파트너를 만나고 싶지?”
사소한 것이라도 좋네. 자주 대화를 나누어봤다든지 생각이 맞을 것 같다든지 요구사항이 있다면 최대한 그에 맞추려고 해볼 거라네.
시야에는 교관. 언제나의 훈련실이 아닌 면담실, 따뜻한 차 한 잔. 찻잔을 문지르며 라리사는 대답한다.
“지정되는 대로.”
누구든, 다 좋아요.
예상되던 답안이었는지 상대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늘상 이런 태도였지, 그는. 한낱 훈련생으로서는 유순하고 군소리 없이 따라와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래서는 곤란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하지만 훈련생은 어떤 이뮤니터를 만나든 상대에게 맞출 만큼 특출나게 재능 있지 않다.”
허점이 많아. 스스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 부족한 점을 채워줄 상대를 찾아야만 자네도, 또 상대도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생각하지 못한 답에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산만하던 태도가 정지했다. 냉정한 평가다. 동시에 정답이다. 또 사실이기도 했다. 그의 부족함이 상대를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상대도 생각해야만 했다.
“다시 한번 묻지. 훈련생에게는 어떤 파트너가 필요하지?”
──이곳에 와서 말이 늘었다.
천천히 입을 연다.
라오는, 보기보다 유연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상대에게 맞춰줘. 빌로는 굽히지 않는 게 장점, 주관이 흔들리지 않아. 팬지는 경험이 풍부해. 여러 상황을 대처할 줄 알아. 메랑은 능동적이야. 할 일을 주도할 줄 알아. 께로는 고지식하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아. 시이는 강해.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 저스티는 이상이 있어. 부표를 잃지 않을 거야. 렌지는 우수해. 대등하게 설 수 있어. 크러시는 흔들리지 않아. 의지가 돼. 스티치는 머리가 좋으니까, 생각을 나눠줘. 투투의 결정은 신뢰할 수 있어. 본본이라면 안심이 될 거야. 버텨줄 거라고. 커터는 자기 몫을 다해. 부담을 주지 않아.
이런 캐리어라면 모두…… 환영할 거야. 자랑할만한 동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들처럼 특출한 곳이 있어서 그 장점을 가지고 상대에게 맞춰갈 수 있을까. 아니면 나에게 맞춰줄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킬러라면 내 몫까지 화내줄 텐데. 도넛은 2배로 웃어줄 수도 있어. 리리는 모르는 걸 가르쳐준댔어. 나나는 괴이화… 싫어하지 않았어. 필링이 거리낌 없이 손잡아줬어. 단단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대. 시가는 따라오게 둘 거야. 슛은… 어떻지? 알게 해줄까? 팜은 우수해. 챠챠는 두고 가지 않아. 카즈카즈는… 업어줄게…? 티티는 답을 정해줘. 펜의 지원이 불안하지 않아. 필은 노력해줄 걸 알아.
──내게 필요한 파트너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그에게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
“저는……”
고민하고 생각한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떠올려본다. 조건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그것이 반영될지 어떨지는 차치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짐에 낯설어하며 신중하게 답을 골랐다.
“지금, 동기가…… 좋아, 요. ……그들 중에서라면, 누구라도.”
아무나 괜찮은 것과 다르다. 그들이라서, 모두 좋다. 반대로 말하자면 24기가 아닌 상대라면, 따르겠지만 조금 서운할지도. 대답에 교관이 가볍게 웃었다.
“사이가 좋군.”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차를 마신다. 과자는 몇 개 더 주머니에 넣었다. 면담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 외에 바라는 조건이라고는 없어서. 벌써 대단한 조건을 걸어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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