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06) 훈련 No.6 응급처치

천가유 2022. 8. 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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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응급키트

훈련실 입장과 동시에 환각 가스가 살포되며 끔찍한 환상통이 느껴집니다. 이내 회복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인지 침식률이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환시로 생긴 상처를 확인하고, 빠르게 처치하십시오.”

-통증 부위 랜덤, 제한 시간 5-

공교로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라리사 소워비는 괴이화의 컨트롤이 썩 훌륭하지 않으며, 거기에 더해 자신의 독이 주는 통증 외에는 고통이라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야 바로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격리 시설에 있다는 것을 빼고는 민간인에 불과했던 이가 고통에 익숙할 일이 뭐 있었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때 아닌 돌발 상황이 발생한 배경을 알리기 위함이다.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하자면 환각 가스가 살포됨과 동시에 해당 훈련생은 끔찍한 환상통이 느껴졌다. 사전에 알고 입장하였으나 귀로 들은 것과 몸으로 느끼는 건 지극히 달랐다. 아팠다. 아프단 말로 부족할 만큼 끔찍했다. 통증 부위가 어딘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온 신경이 타들어가는 듯 고통스러웠다. 비명을 질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미션 실패라 해도 좋았으리라. 응급처치는커녕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존재하지 않는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침식률이 빠르게 상승했다. 부상 부위가 괴이화하여 검게 물들어간다. 속도가 비상하리만큼 빨랐다. 훈련을 중지할까요? 몸을 일으킬 줄도 모르고 바닥을 기는 훈련생을 보며 교관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잠깐, 아프다고 바로 멈춰선 훈련이 되지 않잖아. 고통도 적응해야지. 한 명의 반론에 그도 그렇군. 모두 수긍했다. 어차피 제한 시간은 5분이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돌발 상황은 바로 이때, 훈련을 시작하고 막 112초가 지난 시점에서 벌어졌다. 괴이화로 인해 검게 물들어가던 부위를 향해 머리카락이 스스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교관들은 곧 알아차렸다. 본능밖에 남지 않은 괴이가 스스로 상처부위를 도려내고 회복하려 함이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내려는 것과 비슷했다. 치료할 수 없다면, 짐밖에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잘라내고 재생하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내버려두었다면 캐리어의 경이로운 회복력을 볼 수 있는 순간일 수도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이것은 실험이 아니라 훈련이다.

즉시 훈련을 멈추고 마취 가스가 살포되었다. 응급처치상자는 한번 열리지도 못하고 방치되었다. 의식을 잃은 훈련생을 이송하며 지켜보던 교관은 혀를 찼다. 하나도 훈련이 안 됐는걸. 큰일이군.

재훈련이 필요하겠어. 후에 다시 부르지.”

하지만 방금 전은 제법 흥미로웠어.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더군.”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응용할 수 있단 걸까.”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점이 애석하군.”

라리사 소워비. 훈련 일시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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