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챕 개인로그
시야: 홀로그램 크리쳐(중형), 홀로그램 캐리어
“동료 캐리어와 함께 크리쳐를 처치했지만, 훈련실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이윽고 동료 캐리어가 괴이화하기 시작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속하게 제압하십시오.”
훈련을 시작합니다. 개시음과 함께 일시 암전. 조명이 켜지면 동료 캐리어와 함께 둘이서 오드를 상대하는 상황이다. 맥없이 마취 가스에 실려가야 했던 어제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다. 라리사는 최선을 다했다.
중형의 홀로그램 오드를 쓰러트리는 것까지는 큰 문제없었다. 홀로그램의 동료는 라리사의 전투방식에 맞춰 조정되어 있었고 서로를 보조하며 능숙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쓰러트린 오드의 뒤를 이어 홀로그램의 캐리어가 괴이화 하기 시작한다. 진짜 훈련 시작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제압하십시오.」
꿈틀거리는 동료, 검게 물들어가는 신체.
‘우리에게는 권총, 주어지지 않았지.’
사살하지 않고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인 걸까.
사살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 걸까.
캐리어는 같은 캐리어의 괴이화를 판단할 수 없다. 사살 대상인지, 제압할 수 있는지. 애당초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괴이화를 진정시킬 수 있느냐가 전제되어야 할까. 제어할 수 없다면 가능한 선택지라곤 지극히 한정되지 않던가.
‘신속하게 제압……, 신속하게 제압…….’
그러고 보니 굳이 권총이 주어지지 않은 데에는 제 3안도 있을 것이다. 총이 없어도 살해 가능. 역시 쓸데없는 생각이 늘어나는 건 좋지 않다. 별별 가능성을 다 점치게 되는 것은 오늘의 페어 훈련 탓일까.
페어 이뮤니터와 판단을 맞추는 훈련이라고 했다. 잠시나마 페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대를 떠올린다. 의견을 합치는 데는 아무런 문제없었다. 그가 판단하고 내가 따른다. 판단해줄 대상만 있다면 간단하다.
「돌발 상황에서는 설령 매뉴얼에서 어긋난다 한들 빠른 의견 합치가 중요해.」
「가장 최악은……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죠.」
상대가 무엇이든 의견을 제시한다면 라리사는 무엇이든 고개를 끄덕인다. 설령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 하라고 하지만……”
역시 생각 같은 거 해봤자 불필요해. 아니, 불편해. 캐리어의 본질이 오드 토벌에 있는지 인류 수호에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오드를 토벌하지 않을 것이라면 돌려보내지게 될 테고 특수연합군의 큰 목적이라 함은 인류 수호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우리도 인류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뮤니터의 존재가 캐리어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감시하기 위함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전자도 되고 후자도 될 테지. 둘 다 아니라는 답은 처음부터 보기에 제시되지 않았다. 보호받아야 하며 감시되어야 한다. 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라. 그것으로 적어도 ‘틀리지 않을 수 있다.’
“제압, 완료.”
【라리사 소워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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