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16) 우리의 영웅 되는 길

천가유 2022. 8. 25. 00:12

For. 애드레이 메이거스

더보기

 

아무도 죽게 하지 않아.

모두 살릴 거야.

그 말을 가장 자주 들은 건 라오사 초이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야 자주 물어봤으니 자주 들을 만도 했다. 라리사 소워비는 하나라도 잃는 것을 두려워했으므로.

하나의 기준이 알파 3, 28명의 정원에 국한되는 건 편협한 일이었을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정도는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그 일부에 우리가 전부 들어있다면 더 좋고…….

그렇게 따지자면 이 알파 3팀의 인간들은 죄 편협한 인간들투성이여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치졸한 안심을 얻기도 했다. 하물며 치프가 해준 말이었다는 게 가장 든든한 보장이겠지.

오늘도 많이 아팠지.

방어팀에는 빚이 많았다. 언제나 임무를 마치고 나면 종잇장 같이 얄팍한 스태미나를 가지고도 다친 곳 하나 없이 몸 성할 때마다 그 감사함을 여실히 느꼈다.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잖아.

아픈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물론 취향을 넓히자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라리사의 좁은 취향만을 넣자,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신하려 들어서. 아침마다 고생했을 것 같은 드레싱 헤어가 임무를 마치고는 엉망으로 엉킬 때마다 미안함에 발을 동동 굴렸다. 임무에 나설 때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을 알면서도 팀의 방어선이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줄다리기와 같아서, 어쩌면 우리가 1년이라는 긴 시간 결원 한 명 없이 올 수 있었던 데는 팀의 방어선이 유능했던 덕이라고 깊이 생각했다. 안심할 수 있는 벽이다.

영웅적이라 불러도 좋았다.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은……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저는 아마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 평생 가도.

그러니까 너는 내게 영웅이었는데, 아무래도 못 보던 사이 넘어설 수 없는 벽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 네 영웅 자리를 빼앗아간 모양이지. 당사자에게 나는 잊고 새로운 영응을 찾아보라니 퍽 서운한 말도 하였더라.

아무리 그래도 치프 같은 자리를 얼떨결에 주지는 않아.’

너는 너를 너무 과소평가해서, 매번 네 페어가 지켜보게 한다. 그의 시선에 담긴 기대를 종종 읽었다. 기대가 충족되는 순간까지도. 천부적인 자질만이 영웅을 결정한다면 불공평하다. 영웅을 꿈꾸며 손 당겨주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않는다.

영웅은 멋지고 동경할만 하고 만약 정말 영웅이란 존재해서 이 땅에 나타나준다면 좋겠지만.”

당장 눈앞의 낙원은커녕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황야를 둘러본다. 사막에 가고 싶다던 그의 욕구가 이것으로 충족이나 될까 모르겠다. 영웅의 존재를 통해서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불안이나 고통이 사라진다면, 이런 땅마저 구원할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신이라 불러야 맞지 않을까.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영웅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회고한다. 나라면 그 존재를 완벽이 아닌 희망이라 할 텐데.

그럼에도 구태여 영웅의 자리를 마다한다면, 그 뜻에 어울려주겠으나. 어찌 됐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에 이름을 붙여야 했다.

“‘모두를 대신해 를 지키지 못하는 영웅보다, 나는 한 명, 한 명의 힘을 모아 일반적이고 수수하지만 잘 완성된 성과 쪽이 좋은 것 같아.”

, 결국 히어로도 숫자 싸움이잖아. 어딘지 모독적인 말도 덧붙였다. 초거대 오드 상대로 1명이 자기희생을 통해서 이기는 것보다, 28명이 할 수 있는 만큼 힘내서 물리칠 수 있으면 좋겠어. 그 이상은 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내려온 스스로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우리의 영웅이 되기로 해.”

나쁘지 않다고 답해오는 네게 겨우 웃었다. 그래,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우리가 우리를 살리기로 해. 그리고 이 황야를 건너 돌아가자.

그래서 결국, 네가 생각하는 죽는 것보다 무서운 일은 뭐야?”


내 친구... 우리가 서로 영웅이 되자고 했지만 결국 애드는 라리사의 영웅이었지.

'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뾰족한 끝  (0) 2022.08.25
17) 허물어지다  (0) 2022.08.25
15) 앞으로 이틀  (0) 2022.08.25
14) 오년간  (0) 2022.08.25
13) 07.17. 자장가  (0)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