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이 아닌 안에서부터 통증이 파도쳤다. 갑작스레 덮친 통증에 무릎이 꺾일 뻔했다. 바로 옆을 따라 걷던 이가 손을 뻗었다. 그 손길에서 약간의 머뭇거림을 읽었다. 훈련장에 들어오기 전 제가 남긴 말 때문일 것이다.
「부디 네 간섭은 최소한으로 해주겠니? 나는 가이딩 없이 견뎌낼 거란다.」
「그렇게 할게.」
이 상황에서도 아인델은 조금 안심했다. 니케는 멋대로 굴지 않을 것이다. 제가 센티넬의 특별한 무어라도 되는 양.
센티넬을 구할 수 있는 건 가이드뿐. 센티넬에게 가이드란 없어선 안 될 존재. 가이드는 센티넬의 빛. ……누가 그렇게 정한 걸까. 내밀어진 손을 부드럽게 일어낸 뒤 무릎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 스스로 딛고 일어난다. 식은땀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렀지만 그럼에도 철의 가면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 불쾌한 일이었다.
센티넬과 가이드가 임시로 페어를 이뤄 이루어지는 특수 미션. 단 한 사람 상성이 좋은 짝을 찾기 위해 일부러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은 예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훈련장에 발을 들이밀자마자 단번에 손발의 힘을 앗아가며 가이드에게 기댈 수밖에 없도록 만들 줄은 몰랐다.
정말 센티넬을 위한 훈련인가? 가이드 없이는 안 된다고 뼈에 새겨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거절한다. 거부한다. 아인델은 가이드 없이 이겨낼 것이다. 약점이 있다면 스스로 극복하고 단점이 있다면 제 힘으로 고쳐야 한다. 제 노력으로는 어쩔 수도 없이 무력하게 타인의 손에 의탁해야만 하다니, 긍지가 꺾이고 무결이 빛바랜다. 납득할 수 없다.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의 소리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쏟아지는 소리들. 식은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치켜든다. 사방에서 검은 창들이 두 사람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저 하나만이라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옆에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이를 악 물고 양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은색의 실들이 허공으로 춤을 춘다. 검은 창을 둘둘 휘감아 그 움직임을 멎게 했다. 허공에 멈춰서는 창들이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 같았다. 하나, 둘, 셋…… 붙잡아 세운 창들이 바닥을 뒹굴면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를 헤아린다. 그 탓일까. 바람을 가르는 희미한 소리를 놓치고 말았다.
한 발 늦었다.
손가락이 꺾였다. 실이 끊어졌다. 또 다시 알 수 없는 통증이 안쪽에서 울렁거리며 차올랐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실책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니케!”
각기 다른 세 방향에서 창들이 덮쳐왔다. 실을 감싸 간신히 그 방향만을 비틀며 제 옆에 선 이를 당겨 품에 감싸 안았다.
그녀의 힘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힘이다. 그러나 이 힘이 아니더라도 아인델은 늘 누군가를, 모두를 지키고 싶었다. 센티넬의 힘이란 그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좀 더 유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어진 힘에 휘둘려야만 하는 상황이 자꾸만 그녀를 무력하게 만든다.
저와 비슷한 체구의 상대를 감싸며 바닥을 한 바퀴 구른다. 비껴나간 창이 어깨와 다리를 스쳐 지났다. 니케는 괜찮은가? 눈을 뜨자마자 그녀부터 살핀다. 이 순간까지도 니케는 그녀를 믿고 잠자코 있어주었다. 그러나 그 신뢰에 아인델은 답하지 못했다. 미숙하다. 미련하다. 만일 지금이 실제 상황이었더라면…… 분해. 일렁일렁 퍼지는 안개에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아인델은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