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거절이라는 표현은, 네가 나를 완벽하게 원할 때에나 어울리는 표현이지.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꾀려 하면 곤란해.”
가느다란 실 위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 떨림을 한곳으로 모은다. 그렇게 고이는 소리는 선율이라는 이름이 붙곤 했다. 아인델의 목소리가 그러했다. 우아하게 흘러나오는 라의 음계. 입술을 당겨 올리며 귓가로 속살이는 목소리에게 시선을 옮긴다. 오만한 시선이 머리끝부터 찬찬히 떨어져 내리다 이윽고 두 손가락으로 상대의 뺨을 짚었다. 온기는 그녀의 다정함을 닮아 있었다.
너는 다정하고 사려 깊지, 잉그렘. 네 꿈꾸는 듯한 목소리는 듣는 이까지도 꿈속으로 당겨들일 것만 같단다. 하지만,
「기다려주겠어요?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도 있겠네요.」
“내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나만을 원하는 상대란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나를 섬길 상대지. 잉그렘, 하지만 너는 네 전부를 내게 바쳐 내 것이 되어줄 게 아니잖니.”
그러니 완전한 거절이라기엔 부족하지 않겠니. 부드럽게 뺨을 매만지곤 이어 다시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그녀의 말이 흥미로웠다. 언제나 품에는 동화책, 공주님 왕자님을 찾는 호칭. 머리맡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애로운 모습의 그녀가 정작 동화 속 이야기란 동화일 뿐, 현실에선 없을 거라 단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동화를 꿈꾸고 있니? 그 답은 오래 기다릴 것 없이 뒤따랐지.
반길 수 없는 방향으로.
“너도 결국은 가이드구나.”
새삼스럽게 실망하진 않았다. 가이드란 다 이렇다. 앞머리를 살며시 매만져 걷어선 온화한 푸른 눈과 시선을 부딪쳤다. 역시 나는 너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가는 미래를 그리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