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베리 플라워샵의 호객 포인트라면 역시 배달 서비스가 아닐까. 꽃향기마을엔 많은 꽃가게가 있지만 다른 마을까지 배달을 해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이 마을의 주수입은 관광업으로 꽃가게의 존재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에 가까웠다. 어딘가의 꽃가게는 커플이 세일즈 대상이고 어느 꽃가게는 가족단위, 어디는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 어디는 포켓몬 콜라보. 플라워 카페라고 해서 꽃차가 메인인 곳도 있지.
그 사이에서 디모넵의 가게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즉, 찾아오는 관광객 대상이 아니라 꽃향기마을 바깥으로 뻗어가는 가게. 과거에는 아버지가 스쿠터를 끌고 하던 일이었고 10살 때 자전거 면허를 딴 뒤부터는 디모넵이 맡게 된 일이었다. 보통은 하루 전에 예약을 받고 다음날 배달을 다녔다. 자전거로 이동하다 보니 멀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특히나 인근에서는 제법 큰 도시인 축복시티에서 좋아하는 서비스였다.
대도시에서 싱싱한 꽃을 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 체리버와 함께 바구니 가득 꽃을 싣고 자전거를 타는 건 그 자체로도 홍보 효과가 있어 인근에서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꽃을 좋아하는 당신의 어머니가 단골손님이었다는 건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 많은 배달 손님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지는 직접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테지만─ 사실은 기억하고 있겠지. 대저택을 빈번히 들락날락 하는 건 쉽게 잊을 일이 아니었다.
그 저택의 주인이 누구인지, 저택에 몇 명이나 되는 아들이 있고 또 그 아들 중 한 사람이 어떻게 유명한지까지는 물론 디모넵이라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를 돌아다니는 자전거 배달꾼은 떠드는 소문을 아주 잘 들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소문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모넵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PF 회장의 막내아들, 축복시티에서 유명한 ‘철부지 도련님’, 입만 열면 허세가 가득한 발언, 그러면서도 은근히 허술한-의지를 따라주지 않는-행동거지, 자기 출신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원하는 건 세계 최강의 전설?, 의외의 심약성, 파트너 포켓몬을 닮은……. 아, 꼬리를 물던 생각을 뚝 멈추고 머리카락을 꼬았다. 버릇 같은 것이었다. 남을 관찰하는 건. 꽃은 말을 할 줄 모르고, 포켓몬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디모넵이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득하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이해해야만 했다. 그게 늘 다 맞지는 않고 또 늘 옳지만도 않을 테지만.
온통 꽁꽁 싸맨 차림새는 무엇으로부터의 ‘보호’일까. 그저 추위만은 아니겠지. 두 사람이 제대로 마주한 건 이제 막 일주일. 두 달 가량 이어질 캠프의 프롤로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