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말에 요리는 눈을 깜빡였다. 분명 어제만 해도 운명은 자기가 개척하는 거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갑자기 웬 점? 물론 점은 칠 줄 안다. 아직 한 사람 몫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는 나나츠보시 가문의 장손이었고 지금도 장녀로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책임이 있는 만큼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음음음, 일단은요?”
“흠, 어떻게 보는데?”
“별을 가지고 본다면── 가벼운 건 하룻밤 만에 끝나지만 좀 더 깊은 걸 물어볼 땐 시일이 걸리죠.”
“그렇구나.”
묘하게 말을 끈다 싶더니 그는 대뜸 생년월일을 말해왔다. 점을 치고 싶은 거예요? 별에게 듣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자 그에게선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미소와 함께 한 해의 운수가 듣고 싶다는 대답이 나왔다.
정말 그게 전부일까. 요리는 독심술 같은 건 익히지 않았지만 분위기 정도는 읽을 줄 안다. 그는 다른 답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어느 쪽이든 좋겠지. 별은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들려줄 테니까.
오랜만에 방의 한쪽을 뒤져 낡은 가죽 커버의 책과 두루마리로 된 지도를 꺼내 왔다. 이쪽으로 오세요, 선배. 오늘은 밤하늘이 무척 맑게 개 있어요. 별들도 선배에게 말을 걸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에게 속삭이고는 함께 하늘이 잘 보이는 어느 편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도를 펼치고 책을 살핀다. 1999년의 6월 6일. 그 날의 별의 기록을 찾아 지도에 대응하는 위치를 잡았다.
“쌍둥이자리네요, 선배. 마침 지금 시기면 잘 보일 때예요. 아마도 저기……, 응. 대략 저 위치쯤이 아닐까요?”
“어디라고?”
저어기, 저기요. 저 별이 일단은 선배를 가호해주는 별의 하나니까. 그렇게 말하며 요리는 코우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아직 준비할 게 남았으니까 선배는 별에게 인사라도 해두세요. 잘 보여야 하잖아요? 제 말에 따라서 꾸벅 인사를 하는 그를 두고 요리는 책을 마저 살폈다.
별의 가호는 크게 2종류가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의 눈에 똑같이 보이는 별이다. 서양에서는 황도 12궁이 대표하고 동양에서는 3원 28수를 일컫는 것이다. 다음은 개개인의 수호성이다. 개인의 수호성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스스로도 자각하지 않으면 찾지 못하는 별이다. 수호성이 어디에서 빛나고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이름을 갖고 있는지도 오로지 본인밖에 알지 못한다.
요리의 가문은 그런 타인의 수호성을 아주 조금 엿보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녀 역시 가능은 하지만, 타인의 수호성을 엿보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특히나 당사자가 자신의 수호성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욱 찾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오늘은 모든 밤하늘 아래 있는 생명을 축복하는 별들에게 물어볼 계획이었다.
6월 6일 태어난 생명들을 축복하는 별은 정수井宿였다. 28수 중 남방주작의 7수에 해당하는 자리로 그 중에서도 동정, 북하, 천준, 오제후를 가리킨다. 남방주작 7수 중에서도 주작의 머리를 상징하는 별자리, 가장 밝게 빛나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축복을 안겨주는 것이 어딘지 그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도 같다.
해당하는 위치를 눈으로 확인한 요리는 늘 품에 넣고 다니는 자신의 패를 지도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손바닥을 올린 채 가만히 기도했다. 그녀의 수호성과, 그녀를 비추고 있을 만인평등축복의 별, 그리고 오늘 답을 얻길 바라는 한 명의 헤매는 빛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별의 축복이 있길──.
“……아.”
“응?”
“음음음, 들려왔어요. 아 원래 이런 건 복채도 받아야 하는데, 아까 받은 귤로 대신할까? 응. 그럼 알려드릴게요.”
“오, 그래.”
그를 눈앞에 앉혀놓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별의 목소리는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지만 이걸 전부 들어내는 것도, 들어서 말로 바꾸는 것도 그녀의 역량에 달린 일이었다. 자칫하면 해석을 그르칠 수도 있고 중요한 부분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만큼 긴장되는 일이 없다고 요리는 패를 힘껏 움켜쥐었다.
“금전운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했죠? 올해 선배는 아마 커다란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언제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창하고 있는 선배의 별의 빛이 올해는 위태로운 길 위에 서 있거든요. 이대로 잘만 굴러간다면 아마 어느 때보다도 멋진 한 해, 빛나는 1년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팽창한 빛은 그만큼 허점이 많아서, 자칫하다간 구멍이 뚫리고 말 거래요. 별은 선배를 걱정하고 있어요.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길 바란대요. 하지만 동시에 그런 불구덩이 같은 위험 속을 뛰어들어 돌파하는 게 선배답다고도 해주었네요. 스스로를 믿을 것, 그리고 조금 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것. 너라면 분명 들을 수 있을 거야. 라고 하네요. 어라, 선배도 별의 목소리가 들려요? 음음음, 결론을 말하면 도박을 주의! 라는 걸까요? 자칫하다간 선배의 그릇이 깨져 황폐해질 수 있고, 성공하면 모두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위험한 다리와 당면한다는 것부터 어떨까아. 난 눈앞의 위험은 피해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아 이건 제 사담이니까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찾고 있는 답이…… 어라, 선배 뭔가 찾는 거 있어요? 음음음, 이건 올해의 운이니까 지금 찾는 게 없다면 올해 중에 찾는 게 생길 거란 뜻이네요. 그 찾는 것에 대해선, ………포기하는 게 좋다. 라고 해요. 상성이 맞지 않아. 천체가 한 바퀴 회전한 뒤에 다시 와서 물어볼 것. 나머지는 뭐, 늘 하던 대로? 마지막으로 들개를 조심할 것!”
자, 이것으로 점은 끝입니다☆
손뼉을 짝짝 치고 요리는 패에서 손을 뗐다. 한 번에 많은 말을 토해내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진다. 귓바퀴를 타고 흘러나와 자신이 있을 자리로 돌아가는 별의 궤적을 눈으로 쫓던 요리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별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남방의 별들은 언제나 뜨겁고 활기차다. 자세히 묻지 않아도 재잘재잘 떠들어주는 덕에 대화하기엔 좋지만, 점이란 것이 대개 그렇더라도 남방의 별은 아무 말이나 잘 하기 때문에 전부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뭐 비위 맞추기 어려운 북방보단 낫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