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광식
어린아이의 눈에 폭발과 섬광은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다. 굉음이 들리고 배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불길이 오르고 눈앞이 번쩍번쩍, 순식간이었다. 제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까무룩, 뒤로 넘어가 쓰러지고 말았다. 깨어났을 땐 여기저기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어머니가 몹시 화를 냈다. “범인을 찾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머니도 아버지도 미라처럼 붕대가 감겨 있긴 비슷했는데 두 분 다 아이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는 놀란 나머지 아픈 줄도 몰랐고, 다음으론 걱정하는 부모님을 위해 마냥 웃었다. 이미 치료도 잘 되어 정말 아프지 않기도 했다. 그 사건은 시간을 따라 천천히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쓸려갔다. 쓸려가 사라졌다. 남은 건 손등의 흉 정도. 그 일은 정말 대단치 않은 일이었다. 누가 흉터에 대해 물어보더라도 웃으며 설명할 만큼.
──에셸은 여전히 카메라 플래시를 피한다. 이럴 때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에게 객관적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에 대해 눈앞의 코주부 안경 또한 동의해주리라 미루어 짐작한다. 그는 무언가를 일부러 숨기지 않았으나 한편으론 저도 저를 잘 몰랐다.
“물불을 안 가린다면 어디까지 물불을 안 가릴 건데? 모험에 위험이 따라오는 건 당연지사지만, 위험의 정도는 대비할 수 있잖아~?”
쯧, 혀를 차는 소리로 끝맺어지는 말은 ‘저답지 않은 말을 해버렸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도 같았다. 거기에 담긴 걱정은 안경으로 가려지지 않는 진심어린 것이어서 따뜻한 호의에 절로 웃음이 빚어진다. 그렇기에 드는 의문이 있었다.
“광식 씨는 철두철미한 성격이세요. 도전하기에 앞서 완벽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인가요?”
오늘도 그가 마을 어귀까지 나갔다가 변덕스럽게 돌아온 것을 안다. 이유를 직접 물어보는 일은 없었으나, 의문은 앙금처럼 마음에 남는다. 물불 가리지 않으려는 아가씨와 안전을 도모하는 마술사. 공통점은 머리색 정도인가? 안전하게 강해지는 것은 좋다. 차근차근 나를 단련하여 극복하는 건 누가 뭐라 해도 베스트겠지. 허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계산적일 수 있을까. 분기별 손익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에셸은 머릿속의 계산기를 전부 쓰고 있다. 한 번쯤은 나를 아끼지 않는 모험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그 이면에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 이유는 보지 못한 채로.
그렇다면 당신의 이면엔 무엇이 있는가. 그 불투명한 렌즈 너머에는.
“저라고 제 발로 다치고 손해를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완벽한 대비가 불가능하다면, 과감함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수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당신의 생각은? 에셸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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