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챕터 개인로그
시야: 홀로그램 크리쳐 (소형), 민간인 안드로이드
“민간인을 향해 소형 오드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크리쳐를 처리하거나 민간인을 보호하세요.”
-안드로이드 30% 이상 파손 시 미션 실패-
훈련실에 입장해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한다. 움직임을 따라 머리카락이 위아래로 율동했다.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민간인을 향해 오드가 접근하는 모습이다. 조명이 꺼지기 전에는 분명 안드로이드와 홀로그램이었는데 훈련실의 기계가 작동하면서 어느새 혼비백산한 민간인의 비명과 멈춘 자동차와 무너지는 건물, 리얼한 재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게이트 오픈 당시의 풍경과 닮았다.
PTSD라도 오면 어떡하냐고 누군가는 투덜거릴까. 그런 정신으로 군인은 할 수 없다는 일갈이 떨어질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라리사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뚜벅뚜벅, 워커 굽이 바닥을 울린다. 걸음보다 빠르게 머리카락이 길게 팽창해 뻗어나갔다.
‘민간인을 보호하거나, 오드를 처리.’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그야 전자를 택할 리가 없다. 무서울 것 아닌가. ‘이런 것’과 닿았다가는. 최초로 격리 시설에 들어가자마자 들었던 주의사항이었다.
「무엇과도 닿아서는 안 돼. 아무것도 하지 마. 가만히 있어.」
단순히 괴물과 닿는 것과, 괴물과 닿았다가 나까지 괴물이 되는 것. 단연 후자의 공포가 압도적이다. 후자의 공포를 라리사도 안다. 그래서 따랐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 숨도 쉬지 마. 너는 존재 자체로 위험하니까. 자각을 가져야 해. 자각을 가져야만 해.
‘나는 절대, 아무하고도 닿아서는 안 돼.’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나서 반년, 이제야 겨우 동료들과 닿아도 괜찮다는 인지가 생겼다.
‘참가하길 잘했어.’
그 하나만으로 행동의 의미가 생긴다.
수많은 머리카락이 각자 자아가 있는 것처럼 소형 오드를 휘감는다. 움직임을 제지하고 이어 오드의 체내로 독을 주입하자 살이 녹는 소리가 들렸다. 검게 녹아내리는 젤리와 같은 그것이 홀로그램의 표면을 일정 이상 녹여내자 곧 훈련실의 조명이 켜졌다.
“훈련 종료. 미션 성공.”
“……감사합니다.”
도망치던 민간인은 어떻게 되었지? 고개를 돌리면 이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훈련 No.5 무아 (0) | 2022.08.24 |
---|---|
03) 훈련 No.4 선택 (0) | 2022.08.24 |
2) 훈련 No.2 근성 (0) | 2022.08.24 |
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 라리사 소워비 - 2 Chap. (0) | 2022.08.10 |
𝐓𝐇𝐄 𝐂𝐔𝐑𝐄 : 존재의 증명 :: 라리사 소워비 - 1 Chap. (0) | 2022.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