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거미줄 위로 눈이 쌓인 듯한 백은발은 층을 쳐 보브컷처럼 뒤가 둥글게 부풀어 있다. 그 아래로 내려 묶은 포니테일은 허리를 조금 넘길 정도. 관리를 잘 받은 장발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우아하게 물결쳐 보기만 해도 부드럽다.
호박석을 닮은 금안은 여전히 새초롬하게 고양이처럼 눈꼬리가 올라가 있지만 10대 시절의 또렷하던 기운에 비해 살짝 그늘이 드리운 편. 입술 근처에 점이 있으며 그 입가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는 게 버릇이다.
아버지에게 받은 반지와 함께 언제나 은색의 원통을 세로로 자른 장식의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 단면에는 제 가이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제복 아래로는 종아리까지 오는 옷 색과 같은 부츠를 신고 있다.
@teniquz_12님의 지원입니다.
[ 이름 ]
아인델 아라크네 아스테반/ Aindel Arachne Astevan
[ 나이 ]
24세
[ 키 / 체중 ]
154cm / 46kg
[ 성격 ]
▶은의 여왕
퀸을 꿈꾸던 소녀는 10년 뒤, 은으로 만든 왕관을 제 머리에 쓸 수 있도록 자랐을까? 남들의 인정이야 어찌 됐든 적어도 그녀 자신은 변함없이 철과 같이 견고하고 완전무결하려 하고 있다. 스스로 흠 잡힐 일을 삼가고 격을 높이며 자신을 높이는 모습은 은의 여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진흙탕 속의 진주
10년 사이 자신의 정의를 관철할 수 없던 순간을 수없이 겪었다. 몇 번이고 꺾이고 무너지고 진흙탕에 처박혔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품은 자신의 정의와 이상, 자신에게 부끄럼 없는 고결함만큼은 빛을 잃지 않는 진주처럼 여전히 희게 빛나고 있다.
▶끊임없이 두드려지는 철의 왕관
그렇지만 한 번 흠이 생기고 빈틈을 보인 순간 사람들의 공격은 보다 거세졌고 사회의 질타와 비난 속에서 왕관은 조금씩 녹이 슬고 찌그러지고 말았다. 여전히 괜찮게 보이려 하지만 때때로 답지 않은 철벽 너머의 여린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특징 ]
▶생일은 6월 26일. 탄생화는 라일락, 탄생석은 진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마음에 품고 산다.
▶여전히 생크림도 커피도 좋아한다. 10년의 군 생활을 하면서 잔소리꾼 파트너의 지도하에 제법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다.
▶커피잔을 사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사치라곤 하지 않는 그녀가 몇 안 되게 돈을 투자하는 곳.
▶에인헤리에서 나오는 돈은 전부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허리춤에 접이식 봉을 무기로 갖고 있다. 비틀면 레이피어가 나오며 양끝을 분해해 뽑아 땅에 박아 넣고 넓게 거미줄을 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10년 사이의 행적
-2424년, 철의 여인 : 정식으로 에인헤리에 입대한 뒤 군내에서 센티넬의 인권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막 능력이 발현되어 폭주한 센티넬을 즉살 처분하는 것은 존엄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자칫하면 명령불복종이 될지 모르는 의견을 내보였다. 군 바깥에서는 아버지 러스트 아스테반 또한 센티넬을 다른 일반 시민들과 동등하게 대하자며 여러 법안을 내놓고 직접 사회 운동을 주도한다.
파트너 가이드의 집안과는 상이한 행보에 주변에서는 자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거나 불화를 기대하기도 하였으나 두 가지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일축한다.
-2426년, 아스테반 피격 사건: 아인델의 아버지, 러스트 아스테반이 피격된 사건. 그는 딸이 센티넬이 된 뒤로부터 센티넬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줄어들도록 갖은 애를 썼다. 그 행보가 반목을 사는 일은 당연했다. 센티넬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회에 풀어놓기엔 위험하다는 의견을 상대로 정면으로 센티넬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제약은 불필요하고 억압을 해소해야 한다. 받아치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인권운동가들의 지지를 사며 반센티넬과 친센티넬을 양분해 대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피격 사건은 친센티넬의 짓이었다. 그가 앞에서는 센티넬의 인권을 지지한다 말하며 뒤로는 로비와 서류 조작을 통해 제 딸을 제대시키려 한 것이 밝혀지면서다. 센티넬의 인권을 지지하는 것도 전부 딸을 위한 기만이고 퍼포먼스가 아니냐. 친센티넬파의 실망과 함께 분노가 총알이 되어 그를 맞혔고 그와 함께 아스테반의 정치 생명도 끊기게 되었다.
현재는 로비 건이 밝혀지며 그간의 비리까지 함께 얽혀 어마어마한 보석금을 지불하고 자숙 중이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정계 라이벌이자 반센티넬 파인 비비안 함메르쇼이에게 정세를 기울이는 결과를 만든다.
-2426년, 주홍 글씨, A: 그 일은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그녀의 명예를 바닥까지 실추시켰다. 뜬금없이 심신 미약을 이유로 제대 직전까지 갔다가 군내 고발로 인해 서류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지며 제대가 무산되고 그녀는 2개월 강등 조치, 본래라면 영창에 갔어야 하나 크리쳐의 등장 빈도수가 늘어난 시점에서 우수한 군인인 그녀를 영창에 보내는 것은 전력 낭비로 판단되어 반대로 이후 가혹한 스케줄이 늘게 되었다.
에인헤리 내에서는 고결한 철의 왕관이 조롱거리가 되었고 그녀가 지나갈 때면 침을 뱉으며 경멸하는 모습도 서슴지 않게 보이게 되었다. 트리플에이에 대한 선망은 옛말이 되었고 A는 조롱의 의미가 되었다. 그 모든 반응에 대해 아인델 본인은 침묵 중. 다만 제 가이드가 조롱의 대상이 될 때는 서슴없이 장갑을 던졌다.
-2427년, 거미의 흔적 : 대크리쳐 전투에 후발대로 참여하였다가 결국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만다. 허리가 그대로 반으로 잘릴 뻔한 상처로 전부 치료하고도 등허리 부근에 마치 거미줄이 피부 위를 덮은 듯한 흉터가 남게 되었다. 이전부터 가이딩은 최소한만 취하며 혼자 무리를 한 결과이며 회복 후 부대 복귀까지 약 반년 정도 걸린다. 그 사이 파트너를 혼자서 임무에 보내야 했던 기억은 악몽과도 같은 것이었다.
[ 이능력 ]
아라크네
양 손가락 끝에서 은색의 실이 뿜어져 나온다. 실의 길이나 강도는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최대 5톤 트럭을 휘감아 움직일 정도의 길이와 강도를 갖는다.
이 실을 내뿜어 크리쳐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기본 활용법. 상대가 입에서 불을 뿜는다면 주둥이를 틀어막고 손톱이 날카롭다면 두 손을 옭아매는 등 본인의 기민한 눈썰미로 공략법을 찾아내 움직인다. 또한 실은 무척이나 날카롭고 예리해 감싼 것을 자를 수도 있다. 단순히 보호만이 아니라 장해물을 옮기거나 부수는 일도 가능.
실을 뿜어내 크리쳐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거미줄을 쳐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이 때 거미줄은 시간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따라 최대 30명을 덮을 정도의 크기까지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매우 견고하고 튼튼해져 크리쳐의 공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웬만한 공격으로는 끊을 수 없게 되었다.
실이 끊어질 때마다 혈관이 끊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능력을 쓴 정도에 따라 모세혈관 수준의 따끔함부터 그 이상까지 이어지며 손가락의 통각이 둔해지고 저려오기도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기에 주저할 수준은 아니다.
[ 스테이터스 ]
공격 : 0
방어 : 60
숙련 : 40
근성 : 0
관용: 5
개인 스킬 : 힐로 라스트라 Hillo Rastra: 지정 2인의 데미지를 대신 받고 광기가 10 추가된다.
은색의 실로 공격의 대상이 된 이들을 거미줄 위로 붙잡아놓고 그 앞에 대신 선다. 사냥당하는 것도 사냥하는 것도 나여야지.
궁극기 : 텔라 데 아라냐 Tela de araña: 잔여 체력의 10%를 깎아 세 겹의 철벽을 형성하고 광기가 15 추가된다.
등뒤로부터 거대한 거미 다리가 피어나 어떤 공격이든 봉쇄할 세 겹의 거미줄을 짜낸다. 쉽게 끊기지도 무너지지도 않는 부드럽고 견고한 철의 거미줄.
[ 페어 ]
율릭 함메르쇼이
BEHIND
[ 욕망 ]
센티넬을 향한 차별을 막고 메데이아에 공평한 번영을 가져오는 것.
[ 비밀 설정 ]
▶욕망의 바뀌는 건 예고된 일이었다. 센티넬이 되기 전과 된 후, 스스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김에도 사회가 그녀를 달라졌다 낙인찍었으니까. 그럼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모두를 지키고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크리쳐를 괴물이고 위험한 존재인 동시에 인간의 일부로 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욕망에 먹히고 누군가는 먹히지 않았을 차이다. 크리쳐를 사살하는 일에 망설임을 갖진 않지만 제 손에 묻은 피의 무게를 잊지 않는다.
▶제대 서류 조작 사건 : 아인델 본인도 미처 몰랐던 일. 부모님께서 곧잘 널 군대에서 빼내줄 거라 말하셨지만 센티넬 인권 운동과 관련된 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군법회의가 열리고 재판장에 서서 아인델은 묵묵히 부모와 자신의 죄를 시인했고 함께 죗값을 치르길 택하였다. 한 때는 제 긍지이자 뿌리이고 특별한 배경이 되어주던 아스테반이란 성이 현재는 그녀의 부끄러운 과거의 상징이자 속죄해 나가야 할 것이 되고 말았다.
▶가이드 의존증 : 본격적으로 센티넬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쉽게 광기에 잠식되었고 한계에 달할 때에 가이드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가이드에 의존하는 스스로가 싫어 다시 한계까지 가이드를 찾지 않고 그러다 단숨에 쌓인 광기를 무리해서 치료받고를 반복하며 가이딩 저항력이 낮은 채 유지된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의존한다 말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제대 서류 조작 사건 이후 주어진 임무가 보다 가혹해지고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며 의존증이 생겼다. 누구에게도 숨기고 있는 사실이지만 파트너인 율릭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율릭 함메르쇼이 : “내 곁에 있어. 내 가장 좋은 선택.”
10년 지기는 20년 지기가 되었다. 소꿉친구는 유일한 파트너가 되었다. 변하지 않은 것만큼 여러 가지가 변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것은 그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정식으로 가이드가 된 뒤 그에게 의지하는 일이 늘었다. 광기를 가라앉힐 때면 이능력보다 스킨십을 선호하는 그에게 맞춰 손을 잡거나 품에 안겨 있는 일도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임무를 마치고 나면 그가 만들어준 티아라가 부서짐과 동시에 끌어안기는 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 평화가 대전투 이후 외줄에 올라선 듯 아슬아슬해지고 말았다. 무엇이 네가 정말 바라는 걸까. 무엇을 네게 해주면 될까. 아인델은 고민한다.
르윈 알렉시아 : “터트리지 말고 소중히 대해주렴.”
너라면 잘 할 수 있지 않겠니, 영리한 르윈.
오랜 소꿉친구. 그 관계는 르윈이 아인델 앞에서 거짓말쟁이임을 숨기지 않게 된 뒤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아인델은 그가 아는 것보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지 모른다. 다만 과거에도 지금도 그가 무엇이든 괜찮을 뿐이다.
카페인 중독인 양 커피를 마시고 불쾌한 꿈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를 달래 재워준다. 아카데미 시절부터 이어져온 풍경은 아인델이 입원해 있던 동안의 잠시간의 공백기를 제외하고는 10년째 일상의 단편이었다.
장 디뉴엘 : “어떤 방향으로도 꺾일 생각 없단다.”
정말 영원할 것만 같았다.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 영영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머리보다도 몸이 먼저 강제로 그를 기억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강렬한 가이딩의 기억이다. 그 뒤로 아인델은 묘하게 그를 대하기 껄끄러워져 마주치길 피하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흔적이 남아버린 유대가 있다.
그에게 여러 사감과 유감 섞인 변호를 받을 때는 놀라기도 했지만 순순히 감사를 표하였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보다 제법 부드러워진 관계. 다만 맞지 않는 사상만큼은 세월도 별 수 없었다.
챙 후이위 : “여전히 듣고 있단다. 더 할 말은 없니?”
10년 사이 몰라보게 자란 강아지를 볼 때마다 가끔 감회에 젖곤 한다. 이젠 너무 커져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여의치 않아 대놓고 숙여달란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사석에서의 이야기다.
그의 대위실에 당연하게 저를 위해 준비된 아인슈패너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예 전용 컵 하나를 두고 들락날락한다. 겉보기엔 정말 놀라울 만큼 괜찮아진 그이지만 때때로 그 눈이 텅 빈 것 같아 내심으로 걱정하며 대위실에 들를 때면 여전히 아카데미 시절이 떠오르는 대담을 주고받는 중.
몰라보게 자랐고 그녀보다 직위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10년 전의 우물쭈물하던 강아지를 보는 듯한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잘하는 일이 있을 때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훌륭한 군견이 되어버린 그와 사상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면에서 부딪친 일은 없었다.
제이크 라이트 : “책임 대신 취미라고 해둘까.”
아스테반 가문이 몰락한 뒤로 제이크의 고아원을 후원해주는 일도 더는 이어질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 번 책임지기로 한 일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여전히 자기 월급의 일부를 고아원에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책임이 다했다는 제이크의 말에 그럼 취미로 하자고 뻔뻔히 군다. 종종 술친구로도 어울린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도 기분전환이 필요하고, 알콜의존증인 제이크가 과음하기 전에 돌려보내는 게 목적이기도 하다. 제 잔소리를 그가 순순히 들어주고 반대로 걱정도 해오는 걸 보며 세월이 지나긴 했다고 느슨하게 웃는다.
유해리 : “내 몫까지 괜찮지 않은 네 덕이란다.”
여전히 맨발로 다니는 아이의 발을 닦아주기에 여념이 없다. 10년의 시간이 지났고 겉모습은 사뭇 달라졌지만 변함없이 아이를 예뻐해주는 중. 최근에는 아이의 동생들도 덩달아 예뻐하고 있다. 아인델이 군내 조롱을 당하는 입장이 된 뒤로는 대신 화내고 싸움도 불사하는 걸 보고 그러지 말라고 몇 번 말렸지만 이런 걸 괜찮아하지 말라는 말이 인상 깊었는지 그 뒤로는 뒤에서 응원해주고 있다.
유달리 : “나날이 잔소리가 늘어, 달리.”
분명 과거에는 좀 더 무게가 없는 인상이었던 것 같다. 자유분방, 즉흥적이고 제멋대로, 호의를 베푸는 것도 거두는 것도 제 하고 싶은 뜻을 따라. 그러던 그가 언제부터 차츰차츰 변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몰랐던 그의 부분을 아인델이 새롭게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 기묘한 변화는 대 크리처 전투 이후 병문안까지 와서 잔소리를 하는 그를 기점으로 그의 일면으로 받아들였고 지금에 와서는 저를 사고뭉치 보는 시선에 억울해할 정도가 되었다.
콘라트 슈비어츠 : “슈비어츠 중위는 권력 남용이군요.”
아카데미 시절부터 그의 사상이 저와 맞지 않음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엔 동기로서 제법 살가웠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새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센티넬을 무기로밖에 취급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구는 그에게 아인델은 부하의 신분으로도 사사건건 반발하고 직언을 하였고 이에 상대가 계급을 내세워 징계를 내리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이야기다. 새벽 2시만 되면 그의 짜증나는 얼굴이 떠오르는 게 아인델의 불만 사항 중 하나.
니케 : “내게 네 인정을 필요로 하지 마렴.”
아카데미 시절 그녀와 페어를 짠 적이 있다. 그리고 페어 미션을 마쳤을 때 니케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가이드가 필요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지금 아인델은 그녀에게 반대로 묻고 있었다. ‘너는 네 센티넬에게 필요한 존재니?’ 그런데 어째서 니케는 거기에 제 인정까지 필요로 하게 된 것일까. 누군가의 인정이 없이는 너란 존재는 성립하지 않니? 그녀답지 않게 답을 회피하고 방황하는 니케에게 아인델은 묻길 주저하지 않는다.
스칼렛 A. 위치 : “야옹, 어떻게 키워줄 거니?”
스칼렛을 아스테반 가로 데려와 키우겠다던 농담은 가문의 몰락과 함께 물거품이 된 줄 알았다. 그런 그녀에게 그럼 내가 아인델을 키워야 하는 걸까? 하고 들려온 목소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지. 아카데미 시절부터 디저트 맛집을 찾던 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현재도 종종 카페에 마주 보고 앉아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10년을 알고 지낸 편안한 친구 사이. 다만 스칼렛이 센티넬과 크리처의 차이를 명령을 따르냐 따르지 않냐 정도로 두고 명령에 복종하는 그녀를 조금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독고예수 : “그럼. 끝까지 따라주렴, 예수.”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 동료가 되기로 했다. 아카데미 시절 나누었던 약속은 에인헤리에 들어간 뒤 본격적이 되어 함께 군내의 반골이자 모난 돌이 되길 서슴지 않게 되었다. 제 비리 사건으로 인해 예수의 평판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잠시 걱정하며 주저하던 때에도 변함없이 그녀를 믿고 옆에 서서 목소리를 내주는 그의 모습에는 깊은 감회를 느꼈다. 둘 다 봉을 무기로 삼고 있어 종종 머리를 비우기 위해 대련에도 어울리며 여전히 답이 보이지 않는 길 위를 외롭지 않게 나란히 걷는 중.
사비아 오스트레아투스 : “좋아, 좋아해. 오늘의 값이란다.”
아스테반의 몰락과 함께 더는 널 집사로 고용해줄 돈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그렇다면 애정으로 대신 치러달라며 꾸준히 제게 오지랖을 부리는 사비아에게 지고 말았다. 커피에 익숙하지 않던 그녀가 커피를 자연스레 마실 만큼 함께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별 것 아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쌓으며 한결같은 사비아의 태도에 아인델도 마음을 열어 대크리처 전투 이후 율릭에게 기대지 못하는 사이 광기의 제어를 잠시 부탁하기도 했다. 현재는 가이드와 센티넬을 떠나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애쉬 잉그렘 : “너만의 해피엔딩은 찾았니?”
그녀와 페어를 맺어 치렀던 미션은 아인델에게 잊기 어려운 기억 중 하나이다. 저는 오만했고 동시에 서툴렀다. 제 오만과 서툶이 파트너에게 상처를 입혔다. 동시에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녀와 저는 같은 극의 자석이란 것을. 닮았기에 부딪치고 상처를 입는다. 그녀가 바라는 공주님이 되어주지 못하는 건 애석한 일이었다. 그러니 대신 축복을 했다. 네가 바라는 해피엔딩에 도달하기를. 네 전부를 걸고 상대의 전부를 받는, 네게 센티넬과 가이드의 정의를 말해줄 파트너를 찾기를.
그 이후로 묘한 유대감 같은 게 생기기라도 한 걸까. 에인헤리의 모난 돌이 되길 자처하는 아인델의 편을 들며 센티넬 인권 신장에 같이 말을 얹어주는 그녀에게 아인델은 또한 감사하고 있다.
다이아나 리 : “다이아나 리를 찾고 있단다.”
가이드인 너도, 가이드가 아닌 너도, 10년 전의 너도, 지금의 너도. 찾길 바란단다. 네 괜찮지 않음과 괜찮음을 듣고 싶어. 그렇게 손을 내미는 기저에는 연민이 깔려 있었고 동시에 멋대로의 동경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으로 경쟁자라 인식했던 상대의 눈이 죽은 채 있는 걸 그저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변함없는 오만인지도 몰랐다. 제가 뭐라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어떤 감정이 깔려 있든 아인델은 행동했다. 찾아가, 두드린다. 네 노래를 들려주렴.
리키 : “네 욕망의 결과를 지켜봐야지.”
그가 은퇴를 하던 날, 아인델은 그 뒷사정을 전혀 모른 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의수를 선물했다. 평화로운 세계로 돌아가는 그를 향한 축복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제 발로 에인헤리에 돌아왔고 다시금 동료가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팔이 잘린 뒤 한 풀 꺾였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달라진 곳 없이 자신의 왕을 찾아 만들고자 여전한 눈빛을 하는 걸 보고 걱정할 것 없겠구나 생각 중. 아카데미 시절 그의 가이딩을 싫어했던 것도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 제법 편하게 대하고 있다.
아비드 H. 러셀 : “공동 주연의 길이 멀고도 험하구나.”
한 때 멋대로 센티넬들을 동정하는 그에게 멋대로 여기지 말라고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그 다음은 센티넬에게 진심으로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모습에 그의 순수함을 느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의 노력을 지켜봐주고 있다. 아직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지 미약한 몸짓뿐이지만 그라면 연출자이고 공동 주연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가 제 잠재력을 깨닫길 바란다.
선데이 맥 : “네가 준 스프레드가 바닥났어, 선데이.”
선데이는 강했다. 환하고 드넓었다 꼭 그녀 자신의 능력처럼. 그런 선데이가 무너지는 건 아인델로서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대크리쳐 전투 이후 같은 병실을 쓰면서 조금 더 친밀해졌던 관계는 그녀가 먼저 퇴원한 뒤 혼자 재활실에 주저앉은 선데이를 발견한 뒤 보다 끈끈하고 견고해졌고 아인델은 선데이가 무사히 복귀할 때까지 그녀의 곁에서 재활을 돕는다. 언제든 의지하렴. 나는 너의 방패이기도 하단다.
라오 신리 : “자, 라오. 손을 내미렴.”
아카데미 시절의 룸메이트. 생활력 따위 없는 아인델을 챙겨주며 졸업까지 함께 지냈다. 아카데미 시절 혼자 기합을 넣던 라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긴장을 풀던 것은 이후 방어센티넬 팀으로 활동하며 전투에 나가기 전 하나의 약속처럼 굳어져 지금도 함께 무사히 돌아오자는 의식처럼 나누고 있다.
집 장식장에는 그녀가 선물해준 찻잔도 소중히 진열되어 있다. 라오를 티타임에 초대할 때면 늘 꺼내두는 것.
앨런 그렉슨 : “내가 모르는 걸 너는 알고 있니?”
아인델의 제대 비리 사건이 어쩌다 에인헤리 내에 퍼지게 되었을까. 열쇠는 앨런에게 있었다. 극비로 진행되던 그 소식을 캐내고 군내에 소문을 내기란 우스울 만큼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일을 아인델은 지금도 모르는 채 묘한 미소를 띠고 제게 말을 걸어오는 앨런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