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제롬
행복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일까요? 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서 행복의 자격을 따지는 걸까요.
“바로 옆에 행복이 있으신데도요.”
당신을 믿고 따르고, 당신에 대해 흔들림없는 애정을 보내오는, 행복의 이름을 한 이브이가 말간 울음을 터트려요. 나를 봐달라는 듯. 내가 여기 있다는 듯.
──모르겠어요.
어렵사리 흘러나온 한 마디는 겨울 산의 초입에서부터 불어오는 건조하고 시린 바람을 머금고 있어,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고 말았어요. 당신의 알지 못하는 행복은 어느 시간속에 파묻혀 있는 걸까요.
“달링 상회는 아주 평범한 상회랍니다. 행복을 전하는 건 사실 저희의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저는 서먹한 낯을 한 당신에게 겨울밤을 따스히 지새울 법한 옛이야기를 꺼냈어요.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다른 지방을 방문해 보았는데요. 가라르에 다녀오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저희 상회는 주로 타 지방의 여러 물건들을 라이지방으로 수입해오는 유통업을 하는데, 많은 물건들을 들여오면서도 정작 그 물건들이 어디서 나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런 물건을 만드는 곳은 어떤 곳인지 오랫동안 무지한 채로 자랐어요. 어릴 때부터 그 풍경이 당연했던 나머지 궁금해 할 줄도 몰랐죠.”
바보 같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어느 장사꾼이 자기가 파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팔아요. 관성에 젖는다는 건 참 그렇지요.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했답니다.
《달링, 당신의 행복을 운송해드려요.》 이런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우고서 정말 저희의 고객님들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알지 못했죠. 사실은 지금도 다 알진 않아요.
후후, 그런 표정 지으며 바라보셔도 말이죠. 속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그럼 과연 저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저희 상회를 이용하는 고객님들이, 행복해지려고 오신다는 것을 알아요.”
행복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일까요? 행복에 자격이 필요할까요?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란 정말이지 다양해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매일 실감할 뿐이에요. 그런데, 행복해지고 싶다는 갈망은 누구나 같더라고요.
저희 상회를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언제나 행복해지고 싶어서 오세요. 자신의 행복이든 소중한 누군가의 행복이든. 그 분들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달링은 특출나게 대단한 곳도 아니고 행복을 파는 곳도 아니지만 행복을 바라는 수많은 마음들이 모여 저희와 같은 곳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실은 꽤 그렇답니다. 사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에요.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동이죠. 제롬 씨가 따님의 추천으로 캠프에 참여한 것도, 캠프의 다른 참가자 분들이 각자의 이유와 목적으로 이 자리에 모인 것도 일종의 행동과 소비, 결국엔 행복으로 귀결되는 일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어요.”
이야기가 슬슬 마무리 되어 가고 있어요. 장갑 낀 손을 마주 깍지 낀 채 저는 좋은 청자로서 자리해준 당신을 응시했죠. 경청해주는 분이 있는 건 화자로서 몹시 뿌듯한 일이랍니다. 그리고 이 다음은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일 거예요.
“질문을 바꿔 볼게요.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당신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달링,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어려운 얼굴 하지 마시고, 모른다면 모르는 것부터 차근차근이요. 캠프는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나이도 배경도 상관없이 똑같이 서툰 한걸음을 내딛었죠~
'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 01.14. 과사열매 수집기 (0) | 2022.04.11 |
---|---|
07) 01.11. 향긋한 보이스 (0) | 2022.04.11 |
05) 01.08. 특별한 기대 (0) | 2022.04.11 |
04) 01.08. 즐거움을 기약하며 (0) | 2022.04.11 |
03) 01.07. 1주차 리포트 (0) | 2022.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