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모모노하나 학원 16

크리스마스 선물

: 세이쇼 아야츠루 오늘은 아름다운 성야의 이브예요. 내일은 크리스마스고요.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라고 하죠?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사하기 위해 가장 순결하게 태어나 거룩한 희생을 하신 분. 솔직히 요리는 그런 이야기는 잘 모르겠어요. 예수님은 무섭지 않았을까요? 예수님도 희생을 바랐을까요? 요리는 만약, 별들이 다음은 네 차례라고 속삭이면 의연하게 맞을 수 있을까요.이상하다. 크리스마스는 연인의 날이고 가족의 날이고 사랑 넘치는 날이라고 하는데 왜 또 엉뚱한 생각에 빠진 걸까요. 그래서 요리는 생각을 그만 두고 지푸라기 인형의 손발을 실로 잘 묶었어요. 뱃속에는 머리카락도 곱게 넣었고요. 저주인형이에요. 룻치 선배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랍니다. 왜 이런 걸 주냐면 이런 걸 좋아할 것 같..

연애 러쉬

: 미나미 코우 나나츠보시 요리는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했고 알고자 하는 욕구도 뛰어났다. 욕구는 타고난 성향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 그 기저에는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 또는 책임감 같은 것도 딸려 있었다.「요리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더 다양하게 배우면 좋겠어.」오빠의 말이 있었고,【이대로는 요소라와 혼인할 수 없어.】스스로도 납득하고 싶었다.다양한 이유가 어우러져 요리는 경험을 필요로 했고 그녀의 눈에 포착된 것은 학원 내에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고 불리는 미나미 코우였다.어쩐지 그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가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것 같지 않다거나 알면 알수록 속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거나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요리..

아이돌 AU

: 츠키나미 다이아 “최종 11인의 멤버는──!!! ……나나츠보시 요리 양, ………츠키나미 다이아 양, ………이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라고 했던가. 몇 달에 걸친 합숙 생활과 합숙 생활 내내 살 떨리던 서바이벌 경쟁, 처음엔 101명이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최종적으로 11명만을 살려둔 채 막을 내렸다. 출연을 결정한 건 요리 자신이었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나서는 무던히 후회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하던 동료가 오늘은 앉을 의자를 잃고 무대에서 퇴장해버리고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뷔하여 아이돌이 되는 건 분명 그녀의 꿈이었지만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서까지 해야 할까? 후회도 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

이빨 뽑는 날

“흐어어엉, 요소라는 바보! 요소라는 거짓말쟁이!!”“요리. 그러니까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흔들리는 이빨을 뽑아야 새 이가……”“흐어어어엉, 거짓말! 요리도 타마 할머니처럼 틀니 해버리는 거야? 잇몸으로 우물우물 해버려? 싫어어, 흐어어엉.”“하아아…….”아마 여섯 살이었던가. 드디어 요리도 젖니가 빠질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이제껏 밥을 씹을 수 있게 해주던 소중한 아랫니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뽑아야 한다는 것이. 뽑고 나면 튼튼한 새 이가 날 거라고 요소라는 끈기를 갖고 설득했지만 슬프게도 요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커다란 보라색의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요소라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린다. 그 두 ..

봄사냥

: 츠키나미 다이아 비가 그친 다음날은 거짓말처럼 맑았다.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을 찌르는 태양빛과 제 머리색마냥 새파랗게 펼쳐진 하늘에 요리는 만면의 미소를 띠고 피크닉 준비를 하였다. 다이아의 방에 달려가, 손을 잡고는 함께 식당의 조리실을 빌려서는 피크닉 음식을 만들었다. 주 메뉴는 유부초밥과 샌드위치. 함께 양념된 밥을 주물러 유부의 속을 채우고 샌드위치에 넣을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요리는 봄을 만끽할 기분으로 가득 차올랐다.“기대되네, 나미나미!”“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두 사람이서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싸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조리실의 직원들이 이것저것 도와주거나 챙겨주기도 했다. 덕분에 메인메뉴 외에도 과일이며 간식이 잔뜩 생겨서 이걸 다 먹어치우려면 두 끼는 필요할 것 같았다.피크닉 가방..

맞선

: 미나미 코우 “코우, 이번엔 정말 참한 사람으로 잡아뒀으니까 꼭 좀 잘 해봐라.”“또~? 하아, 삼촌들도 참 끈질기네.”졸업하자마자 그에게 들이닥친 건 즐거운 20대의 청춘이나 치열한 젊음, 스릴 넘치는 사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반대로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짓눌러오는 여러 책임, 의무, 이어받아야 한다고 눌러오는 윗세대의 기대와 기대만큼이나 부푼 가문의 무게였다.그러나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이미 머리에 피가 마르기도 전에 집을 뛰쳐나갔을 것이다. 도망치지 않은 건 그의 선택이었고 그의 책임이었으며 이제 와서 후회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이곳이야말로 그가 숨김없이 그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곳이었고, 그가 사랑하는 곳이니까.그렇다고는 해도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의..

『요소라에게,』

『요소라에게,』오늘은 맑은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단골 벤치에 앉은 요리는 햇볕을 쬐며 편지지의 맨 윗부분에 또박또박 이름을 썼다. 그의 편지를 받은 건 이미 며칠 전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제야 답장을 쓰게 되었다.『요리는 건강합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학원에서는 조금 흉흉한 일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요리는 요리의 별이 지켜줄 거예요.요소라는 잘 지냅니까? 또 밤새 어두운 곳에서 기록을 읽거나, 밥 먹는 걸 까먹어버리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하지 않았어요? 요리가 말한 일들 다 잘 지키고 있나요? 어차피 답장엔 다 지키고 있다고 적을 걸 알지만, ……방학하면 돌아가서 24시간 감시해버릴 거예요.』편지의 서두는 언제나 같았다. 이렇게 말하면 그에게서는 ‘다 지키고 있어요. 요리의 걱정을 ..

하얀 별

: 쿠즈노하 마코토 작은 1학년 아이였다. 아직 제 것이 아닌 듯 어색한 가쿠란을 목까지 채워 입고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 있던 아이. 1학년들은 모두 자신의 후배, 그렇다면 선배로서 멋진 모습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1학년들의 얼굴을 모두 외워두려던 요리는 그 아이도 기억해두고 있었다.「샐러리는 맛이 없어요. 마코토는 시금치가 좋다고 생각해요.」「앗 후배 군도 시금치 좋아하는구나. 나도 좋아해☆」그러다 어느 저녁이었을까. 한 번 의기투합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뒤,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는 귀엽고 씩씩하고 또 좋은 후배였다. 언제나 배우려는 열정이 넘쳐서, 요리가 학원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면 선배와 승부를 벌이거나 검술 연습을 하거나 항상 바빠 보였다.사랑받고 자란 아이 같다고 생각했..

밸런타인데이

달빛이 서서히 잦아든다. 겨우 만월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나. 과학적으로는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요리는 달의 빛이 강할 때면 기운이 맞지 않는 듯 시름시름 앓곤 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단순하게 말하면 운이 없어서 안 좋은 일이 덮치는 거지만 사소한 게 쌓여 꼭 짓누를 듯 압박감을 느꼈다. 집이었으면 파업을 외치고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겠지만 학원에선 그러지도 못해서.하지만 이제 그럭저럭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압박감에서 겨우 벗어나 찌뿌듯한 어깨를 하늘로 쭉쭉 편 요리는 조용한 새벽, 혼자 주방에 섰다. 흥얼거리며 휘젓는 건 핫초코와 똑같은 색깔의 짙은 무언가. 그러니까, 녹인 초콜릿일까? 간간이 적어온 레시피를 확인하고 저울에 무게를 재면서 주걱으로 초콜릿을 저은 요리는 이제 마지..

안녕, 들장미 선배

: 토네 와다노하라 “선배, 팬티 보일 거예요…?”“! 나나츠보시, 군요. 부디 잊어주십시오.”토네 와다노하라라고 한다, 그 선배의 이름은. 아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요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럴 때마다 종종 책을 들고 있는 그녀를 목격했다.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저명한 토네 가문의 딸, 언제나 타인에게 거리감을 두고 지내는 편. 그 자기방어적인 성격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단 이야기도 들었다. 늘 손에서 검은 레이스의 장갑을 떼지 않는 사람, 아주 고운 머리색을 가진, 홀로 피어난 미인.들장미(野薔薇のばら)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모르는 척 손을 뻗어 보았다. 장갑을 끼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