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물음표를 따라 섬세한 턱 끝이 기우뚱 기울었다. 어째서 제 옆의 아이가 돌연 이렇게 뻣뻣해져버리고 만 것인지 여기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 봐도 아인델로서는 짐작 가는 일이 없었다.
“왜 그러니, 후이?”
“아뇨아무것도요영화엄청기대되네요그죠?”
그러나 아무리 봐도 기대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기이하다는 그녀의 시선에 후이는 도통 여길 보지 않는 먼 시선으로 어서 자리에 앉자고 재촉만 할 뿐이었다.
입구를 나란히 걸었다. 걷는 사이 다시 한 번 추측해보았다. 돌이켜보면 아주 평범한 일과였다. 얼마 전 개봉한 액션 영화의 시사회 초대권이 손에 들어왔고 이 영화를 좋아할 것 같은 인물에게 보러 가겠느냐 연락을 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종종 사람이 적은 심야 시간대에 영화관 앞에서 만나던 것은.
영화라면 그녀의 집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지만 후이는 그곳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드물게 집으로 부르는 날이면 꼭 압정이 가득 깔린 의자에 앉은 것처럼 불편해 보여 아인델도 굳이 집으로는 부르지 않게 되었다.
해가 다 지고 밤의 조명들로 거리가 화려할 즈음,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만 남은 시간대를 골라 극장 앞에서 만나서는 각자 한 손에는 맥주를, 다른 손에는 나쵸나 팝콘을 들었다. 익숙하게 오리지널 팝콘을 고르고 카드를 내미는 아인델을 두고 후이는 처음에 「할 줄 아네요.」 같은 말을 남겼지.
「네 안의 나는 혹시 혼자서는 계산하는 법도 모르고 물건을 구매해본 적도 없는 건 아니겠지.」
그녀의 답에는 능청스럽게, 혹은 얌전하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답이 돌아오더랬다. 그렇다고 알지 못하는 그를 책망할까. 피차 아카데미에서 처음 마주쳤던 그 날부터 오늘날까지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사이였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크리처를 앞에 두고 어떻게 싸우는지, 군장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고 상사를 대할 땐 어떤 표정을 하는지 따위지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군복을 입지 않을 때는 어떻게 보내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주 많은 당연한 것들을 할 줄 안단다. 기억해두렴.」
앞으로의 기대가 있었다.
그녀의 말에 그가 어떤 대답을 들려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나 그랬듯 순한 양처럼 고개를 끄덕였지. 그럼 내 것도 기억해주세요. 그런 말은 해오지 않는 게 후이다웠다. 그래서 아인델은 대신 말했다. 너에 대한 것도 기억해둘 거야. 그러니 내게 더 말해오렴.
끈질기게 생일을 캐물었던 것처럼, 달갑지 않은 과거사를 헤집었던 것처럼, 하나씩, 다시 하나씩. 후이 이샤오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수고를 아인델은 기꺼이 즐겼다.
“저기 저 남자 좀 봐.”
생각에 잠기던 그녀를 일깨운 건 아주 작은 수군거림이었다. 제 옆의 남자가 반사적으로 그쪽을 보지 않았다면 저희를 지칭하는지도 깨닫지 못했을 말이었다. 후이는 순식간에 시선을 앞으로 되돌렸다. 마치 그쪽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시위하듯.
“너를……”
“아, 곧 영화 시작하겠다. 빨리 들어갈까요?”
가리키는 말이니? 뒷말이 다 나오기 전에 당기는 손길이 다급했다. 성급한 걸음걸이에 그의 품안에서 팝콘이 몇 개 굴러 떨어졌다.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아인델이 발을 멈추자 그녀가 허리를 굽히기도 전에 그의 손이 서둘러 팝콘을 주워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일련의 행동에서 침착함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간절함뿐.
결국 아인델은 복도 옆 비상출입구에 그를 세우고 말았다.
“설명해주지 않을 거니?”
“…….”
초조한 듯 쥐락펴락하거나 불편한 듯 옷깃을 당기거나 가만 두지 못하는 손, 하염없이 바닥만 긁는 발끝도 이를 악 문 채 허공을 보는 시선까지도 노골적으로 평소와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고 동시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야 아인델 앞의 후이 이샤오는 언제나 ‘착한 아이’였으니까.
그러나 착한 아이의 포장지를 벗기는 것 또한 그녀였다. 상대를 꿰뚫어버릴 듯 쏘아오는 아인델의 시선에 이번에도 후이는 이기지 못하고 목을 꺾었다.
“어…, 그, 안 창피해요…?”
───그런데, 무엇이?
겨우 토로한 답은 닿지 않았지만. 기울어지는 그의 고개를 따라 아인델의 고개도 기울었다. 여기서 창피하다고 표현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치고, 심란한 듯 소용돌이치던 눈동자가 커다랗게 두어 번 껌뻑이는가 싶더니 후이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에 어딘지 개운한 기색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움츠렸던 것을 털어냈다.
“당신이 그럼 됐어요. 가요.”
참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일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좌석을 찾아 나란히 앉았다. 광고가 끝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소곤거림으로 채웠다.
-이번 영화는 액션씬에만 700억을 투자했다더구나.
-700억이요? ……700억?? 와, 그 돈 나 주면 나도 액션씬 보여줄 수 있는데.
-스크린 데뷔에 관심 있니, 후이?
-…~에이, 해본 말이죠. 내가 무슨 배우예요.
-바란다면 데뷔시켜줄 수 있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농담으로 안 들린다니깐요.
아인델은 후이 이샤오를 모른다. 그렇지만,
아인델은 후이 이샤오가 알려주는 만큼의 후이 이샤오를 알고 있다.
알아갈 것이었다.
이쪽은... 생존AU ㅋ.... 아 무슨 소리야 후이랑 아인델이랑 둘 다 살아 있는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