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그저 좋아해주기만 하면 안 되니?”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말이 소리로 빚어져 흘렀다.
무언가를 꾹 참고 있는 낯이었다. 눈썹과 눈썹 사이의 골이 깊었다. 붉게 물든 눈가가 유독 도드라졌다. 온통 하얀 빛인 얼굴이라 더 그랬을까.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무거워 입술 사이로 새는 한숨만이 갈 곳 없이 흐트러졌다.
순간의 전부가 여름 한낮의 아지랑이 같았다. 아스팔트가 들끓도록 찌는 태양빛 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더없이 비현실적이었다. 흘러가는 장면을 차라리 거짓이나 신기루라고 의심하는 쪽이 합리적일 것이다.
작은 손바닥이 뺨에 얹어졌다. 언젠가는 손톱을 세우며 상처입히기에 급급했던 손이, 평균보다 조금 낮은 체온의 손가락이 뺨을, 볼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열을 앗았다.
얼굴은 감기에 걸린 사람 같으면서 손은 여전히 찬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그녀다웠다. 그녀의 진실함을 깨우쳐주었다. 너는 언제나 아인델 아스테반이다.
그 사이에도 오므린 입술은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뱉어냈다.
“나를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네 유일의 페어가 아닌, 다른 어느 것도 아닌 그저 나로서 보아주는 게, 어렵니?”
“……그냥, 좋아해주는 것만 하면 안 되겠어?”
“내가 어려운 부탁을 하고 있을까, 장.”
습한 여름 공기를 가둔 풍선처럼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갈구하고 갈망하고 갈급한 대단히 낯선 그것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단언컨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