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섯 살이었던가. 드디어 요리도 젖니가 빠질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이제껏 밥을 씹을 수 있게 해주던 소중한 아랫니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뽑아야 한다는 것이. 뽑고 나면 튼튼한 새 이가 날 거라고 요소라는 끈기를 갖고 설득했지만 슬프게도 요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커다란 보라색의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요소라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린다. 그 두 눈에 불신이 가득한 건 요소라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요리 눈에는 내가 요리에게 거짓말을 칠 것 같은 걸까? 그렇다면 섭섭한데.”
“으으으…….”
“착하지, 요리? 오빠 믿지?”
“시-잃-어! 거짓말 쳤어!”
“내가?”
언제 거짓말을 쳤냐는 듯 초점이 조금 흐릿한 눈을 문지르며 요소라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아이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꾸욱 입술을 깨물며 요소라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밤마다 치카치카 하면 치과 안 간다고 했어. 밤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이가 아프니까 금지라고, 요소라 말만 들으면 요리 평생 치과 안 가도 된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치과 가야한다고…… 으으, ……으아아앙! 요소라 미워!!”
“아, 그건──”
“흐아아앙!”
치과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아이들에게 이토록 공포를 안겨주는 것일까. 결국 요소라의 품에서 퐁 빠져나와 정원으로 도망쳐버리는 작은 아이를 보고 요소라는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빨은 치과에서 똑바로 뽑아주어야 다음에 영구치가 바르게 난다고 하는데, 저렇게 싫어한다면 실을 찾아오는 수밖에 없을까.
겨우 이갈이 때문에 사랑하는 동생에게서 싫다느니 밉다느니 거짓말쟁이라느니 하는 말을 들은 것도 대담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시 흐릿해지는 오른쪽 눈동자를 느릿하게 껌뻑인 요소라는 헛하고 고개를 들었다. 어서 요리를 쫓아가야지. 가뜩이나 저보다 이 산을 더 잘 아는 아이다. 정원을 넘어 숨어버렸다간 하루 종일이 걸려도 숨바꼭질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요소라에게 포획당한 요리가 울면서 이빨을 뽑게 된 건 조금 뒤의 일, 정말로 빠진 자리에서 새 이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가슴을 폭 쓸어내리며 안심하게 되는 건 그보다 더 나중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