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츠보시 요리는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했고 알고자 하는 욕구도 뛰어났다. 욕구는 타고난 성향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 그 기저에는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 또는 책임감 같은 것도 딸려 있었다.
「요리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더 다양하게 배우면 좋겠어.」
오빠의 말이 있었고,
【이대로는 요소라와 혼인할 수 없어.】
스스로도 납득하고 싶었다.
다양한 이유가 어우러져 요리는 경험을 필요로 했고 그녀의 눈에 포착된 것은 학원 내에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고 불리는 미나미 코우였다.
어쩐지 그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가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것 같지 않다거나 알면 알수록 속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거나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요리는 그 부분만큼은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했다. 그녀가 코우를 눈독들인 것은 바로 거기서 비롯되는 ‘안전함’이었으니까.
“하아, 나나쨩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나? 대뜸 사귀어보자고 해놓고 그런 말 꺼내면 완전 NG인 거 알지?”
처음에는 농담인 줄 받아들였겠지. 알려줄까?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건네던 가벼운 말을 좋아요! 하고 덥석 물었다. 그 다음에 나타난 표정은 당황과 난처함. 그거 완전 자기가 판 무덤에 빠진 것 같은 거 알아요, 선배? 이번엔 이쪽이 짓궂은 미소를 보일 차례였다.
그 뒤로는 쫓고 쫓기는 나날이었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요리를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도망치기만 하던 코우는 꽤 재미난 모습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회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손을 들었다.
“사귀어주는 거예요?”
“그래, 뭐. 나나쨩 쪽에서 먼저 그만하잔 말 나오는 거 아닐까~ 싶지만.”
“안 그럴걸요!”
못 말리겠다는 듯 손을 내젓는 그를 앞에 두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정말 알고 있는 거 맞아? 코우의 의심 섞인 눈초리에 뻔뻔함도 더해보았다. 그러나 떠올린 건 거기까지였다. 한 박자 늦게, 요리는 고개를 옆으로 누였다.
“그래서 이제부터 뭘 하면 되죠?”
“어? ……으으음.”
사귀기로 한 건 좋다. 그렇다면 연인이란 보통 무엇을 하는 사이일까. 근본적인 질문에 코우도 일순 당황했는지 허둥거리며 그러니까 말이지. 하고 말꼬리를 늘렸다.
“남들이 다 하는 것부터 해볼까? 데이트 같은 거.”
어때? 되레 이쪽을 향해 물어보는 모습에 요리의 입에서 푸흐흐 웃음소리가 흐른다. 그가 학원에서 여러 연인을 거치는 동안 키스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요리도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 관계를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그런 것까지 모두 포함한 ‘안전함’이다. 어색한 기색을 보이는 그의 손을 앙큼한 척 멋대로 꼬옥 잡으며 요리는 활짝 웃었다.
“땡~★ 그 전에 호칭이 먼저예요. 요리라고 불러주세요. 코우 선배.”
제 호칭에 그가 눈을 깜빡이며 쳐다본다. 요리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응시해주었다. 이름은 특별하다는 증거. 그러니까 이것은 당신이 앞으로 나의 특별한 상대가 될 거라는 신호.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가 상대의 운명에 간섭하는 일이 되어 버릴까봐, 깊게 얽혀 버릴까봐 두려움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하고도 깊게 얽히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스스로──,
“이제부터 잘 부탁해요. 열심히 해볼게요, 연애!”
열심히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태클은 못 들은 척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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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랑 라체님께 사랑S2 앤캐는 아니지만 연인 설정 짜는 거 좋아요 히히 몇 개 더 쓰고 싶은데 Aㅏ(손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