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미지근했다. 비가 오려는 걸까. 조금 습한 것 같기도 했다. 땀에 젖은 피부를 손등으로 문질렀다. 차갑게 식은 그것이 끈적한 감촉을 남겼다.
간질간질한 불쾌가 피부 위를 더듬어 오른다. 그 감촉이 꼭 수십 마리 거미가 제 피부를 기는 것 같았다. 두통이 일었다.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인델은 한 번도 광기로 인해 먼저 가이드를 찾은 적이 없다. 그러나 가이드를 찾지 않고도 견고할 수 있던 건 그녀가 뛰어난 탓이 아니었다. 그저 이 공간이, 접촉하지 않아도 가이드의 영향력 안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작을 뿐이다.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손을 잡고, 겨우 그것만으로도 아인델은 치유 받았다.
참 편리하고 달콤하지. 정말 없어선 안 될 존재인 것만 같지.
누군가는 그들을 충전기라고 했지. 누군가는 자판기라고 했던가. 센티넬의 말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괴물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시한폭탄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말이다.
같은 이능력자임에도 그 대우가 명백히 달랐다. 가이드는 센티넬의 목줄이었다.
서로의 존재가 섞이지 못하고 충돌만 자아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혐오를 아인델은 책망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사회를 답습할 뿐이다.
가이드가 나타난 뒤로 센티넬이 폭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센티넬은 위험 요소로 분리되었다. 아인델은 그 저열한 공포를 이해 못하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기에 꺼리는 것이다. 해석할 수 없기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모두 센티넬을 겁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혐오로 포장한다. 아인델은 차라리 그들을 가엾게 여겼다.
두 팔을 휘저어 움직인다. 두 다리가 뻗어나가 다음 땅을 디뎠다. 밤공기 아래서 아인델은 자유로웠다. 그러나 자유롭지 못했다. 걸을 수 있지만 나갈 수 없다. 뛸 수 있지만 넘을 수 없다. 벼룩을 가둔 유리병과 같았다, 이 발홀 아카데미란.
“우리는 욕망을 가진 존재야.”
어째서 깨닫지 못할까. 인간은 모두 욕망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에 먹힐 수 있다. 누구나, 누구나가 그 가능성을 갖고 있다. 너희의 욕망을 대하는 방식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