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델은 야만적인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폭력은 하나의 수단이지만 옳은 답이 되지 않는다. 폭력으로써 이뤄내는 굴복은 진짜가 될 수 없다. 상대를 굴종시킨다면 다른 수단이 되어야지.
그러니 아인델은 상대의 머리에 얼음물을 끼얹고 정강이를 걷어차며 그 목에 목줄을 걸어 당기는 일이 있더라도 폭력으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 않았다.
설령 상대는 다르다 할지라도.
장 디뉴엘은 모순된 소년이었다. 소년의 악력에 끌려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고통 앞에 두 팔을 떨어트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그 다음은? 붉게 부어오른 뺨이, 검은 손자국을 남긴 목이 새파란 불꽃에 휘감겼지. 네가 저지른 일을 마주 보지 못하겠니. 치료는 필요 없단다. 제 말은 늘 그에게 닿지 않았다.
폭력은 수단이지만 답이 되진 못한다. 폭력으로는 너 또한 네가 바라는 답에 다다를 수 없다. 그걸 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손을 들고 마는 것이 그를 숫되다 이르는 이유다.
그가 그녀에게, 그녀가 그에게 몇 번이고 자신을 주장한다. 나를 증명하려 한다. 여길 봐. 내 존재가 바로 내 증명이야. 그러나 늘 상대에겐 닿지 않는다.
“의존해야지.”
손가락 끝이 움찔하고 떨렸다.
“너는 가이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에스테반. 혼자 꾸역구역 쌓다가 어느 날 터져버릴걸.”
눈을 마주쳤다. 그의 말은 그녀를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는 그녀를 모른다. 모르지만 알았다. 우연이라 해도 좋았다.
가장 비겁한 부분을 찔렸다.
손톱이 그의 뺨을 긁었다. 소년의 뺨으로 붉은 실선이 남았다. 그의 목에 난 것과 비슷한 자국이었다. 그 붉은 선에 가벼이 눈살을 찌푸리다 입술을 열었다.
“너는 죽지 않았잖니, 디뉴엘.”
숨을 삼키고 한 글자, 한 글자를 뱉어낸다. 속삭임이 거미줄처럼 그를 휘감았다.
“너는 살아남았어.”
존재부터가 모순이구나, 장 디뉴엘. 폭주한 센티넬과 살아남은 가이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니? 만일 그 때에 네가 그를 이끌 수 있었더라면, 통제하고 제어하고 막을 수 있었더라면. 그게 바로 네 가치이고 증명이었을 텐데.
기회를 잃고 말았구나, 널 증명할 수 있는. 그래서 누구라도 좋으니 널 증명할 상대를 갈구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네게 의존하지 않을 거야. 설령 가이딩이 필요해지더라도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굴복하지 않을 거야. 너는 나를 통제할 수 없어, 디뉴엘. 나는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아.”
뺨을 다정히 어루만지고 꿀이 녹아내릴 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네가 나를 납득하지 못하고 내가 널 납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증명해보일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네게 의존할지, 네가 내게 길들여질지.”
네게 선택권을 줄게. 너를 내게 증명해보이렴. 손가락 끝이 선율을 따라 구부러지고 은색의 실타래가 어디 쥐어보란 듯 그에게로 뻗어진다. 내 가이드가 되어보련? 어느새 작은 거미가 그럴 듯한 그물을 짓고 있었다.
이러고 받은 답로그에서 장 얼굴에 손톱자국 있어서 너무 좋았어.
이 때 장이 가장 건드리기 싫어하는 역린 건드리고 장 화낼 줄 알았는데 돌아온 답은 오히려 차분한 것이어서
되게 머리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장이 정말 영리하게 이델을 다뤄버리는 바람에 엄청 진 기분 느꼈네요(이 다음에 이어질 로그에 나와 있음)
아무튼 이 때 마지막에 내 가이드가 되어보련? 하던 건 진심이었어요 둘이 페어 해도 재밌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