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을 따라 하며 그 뒤를 쫓는다. 맞잡은 손은 나란히 걸어도 괜찮다고 해주었지만 조금 익숙하지가 않아 네 갈색의 머리칼이 나부끼는 걸 뒤에서 지켜보다가 결국 잡아당기는 손에 이끌려 나란히 보조를 맞췄다.
함께 봄나들이를 가기로 결정한 건 몹시 즉흥적인 일이었다. 「개나리, 가윤이를 닮았어.」 그 말 한 마디에 불쑥 약속이 정해졌다. 아직 꽃봉오리가 피기도 전부터 그녀는 언제쯤 꽃이 다 피어날까요? 노래를 하며 기대했고 이윽고 언 땅이 녹고 메말랐던 땅 위로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덮일 즈음이 되자 제일 먼저 자신에게 달려와 주었다.
노아야, 꽃이 피었어요. 같이 보러 나가요!
──바깥에 핀 꽃을 보기도 전에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꽃처럼 곱다고 생각했다. ……부끄러워서 전하진 못했지만.
자신과 함께 구경하러 가도 뭐가 즐거울까 걱정되었지만 내밀어진 손을 거절하지 못했다. 네가 나로 괜찮다고 해준다면, 나도 아주 기쁠 거야. 그녀의 손가락 끝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둘이서 부드러운 땅 위를 걸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바깥에서 완연하게 따스해진 공기를 삼키고 풀내음을 들이마셨다. 겨우내 바싹 말라 빈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리던 나무들도 어느새 푸른 잎으로 새 단장을 하여 바람결을 따라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길 양옆으로는 알록달록 색색의 꽃들이 웃음 지었고 모든 것이 그저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가벼운 걸음걸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를 따라 자그맣게 같은 노래를 부르자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돌아봐주었다.
자신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녀에게 닿고 있었어. 언제나,
앉아볼래요? 갑작스런 그녀의 말을 따라 풀밭에 앉자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꽃을 엮으려고 애썼다. 그녀를 따라서 금세 동그랗고 작은 화관을 만들어내자 어째서인지 그녀는 조금 심술이 난 것 같았다. 뭘 잘못한 걸까. 곰곰이 생각하지만 이유를 알지 못해서 끙끙 앓던 자신에게 그녀는 화관을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하였지.
이번에는 더 예쁜 걸 만들어서 그녀를 기쁘게 해볼까.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동안 어느새 눈앞에선 그녀가 화관을 머리게 쓰고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완성된 두 번째 화관을 자신의 머리에 씌워주고 예쁘다 곱다 웃어준다. 입학식 때가 떠올라요. 그 말에 먼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이번에야말로 살며시 고개를 젓고 입을 열 수 있었다.
내 목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너는 들어주니까.
“지금도 예뻐. 아주 잘 어울려. 가윤이는 역시 노란색, 이 어울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색. ……같이, 개나리 보러 나오길 잘했어. 덕분에 봄이 가득 묻었어.”
우리가 함께 화관을 쓰는 미래는 조금 더 먼 곳에 있을 뿐이야. 언젠가 먼 미래에서 어쩌면 낯설지만 익숙할지도 모를 곳에서. 하지만 그 때에도 지금처럼 네가 날 찾아준다면, 내 손을 잡고 앞서 가준다면 언제든 지금처럼 화관을 만들어줄게. 네 머리에 씌워줄게.
마지막으로 보았던 3학년, 그 때보다 조금 더 자란 그녀와 조금 더 자란 자신. 눈높이가 달라진 것을 느끼며 그녀의 화관을 고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