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10) 01.16 2주차 리포트

천가유 2022. 4. 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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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의 여관은 대단히 훌륭했다. 대도시의 호텔 등과는 애초에 분류가 다르니 비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손님을 편안히 머물게 한다.는 지점에서 방은 깨끗했고 이불과 시트는 청결하며 푹신푹신했으며 무엇보다 매일매일 투숙객이 바뀌는 여관일 텐데도 불구하고 방이 어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인 듯한 편안함에 에셸은 감탄하며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렸다.

마이아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또 바깥에서 냄새를 빼고 있는 걸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하지만 아무리 편해도 이곳은 빌린 방이고, 아무거나 입에 넣는 어린아이도 있는 만큼 주의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마이아 씨가 돌아오면 마들렌은 좋아하는지 물어볼까요?”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10대 시절, 수학여행 정도는 다녀왔지만 그곳은 누군가와 같이 방을 쓴다기보다 거실 같은 곳에 이불만 깔고 함께 자는 자리였고, 1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하루 종일 바깥에서 체력을 소진하고 돌아와서도 베개싸움이니 뭐니 날뛴 끝에 기절하는 그 경험을 함께 방을 썼다고 하긴 어렵겠지. 그 점에서 약 일주일 간, 이 한정된 공간을 타인과 밀착해 보낸다는 건 에셸에세 대단히 낯설고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 바닥에 선을 그어야 하나요? 돌이켜 생각하니 유난스러운 질문이었지만 그만큼 마음이 앞서나가도 어쩔 수 없단 뜻이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에게 실례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그 이전에 에셸은 예민한 편일까 아닐까. 어제도 새벽 늦게 들어와 기절하듯 잠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뛰어나가다 보니 스스로 어땠는지 까마득할 뿐이다. 마이아는 잘 잤을까? 혹시라도 불편하게 하진 않았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어느 지점에서 탁 멈춘다.

───하면, 이렇게 쭉 한 방에서 맞춰가며 생활해야 할지도 모른단 거네요.”

돌아오면 일단 얼굴이라도 보고 와.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어머니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에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참 미래의 일이었다.

 

그래서, 지난주도 많은 일이 있었죠.”

한주를 정리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새로운 포켓몬 친구와의 만남이라든지 낯선 장소 탐색이라든지 선물 받은 배지 케이스와 그 안에 들어간 첫 배지까지, 기념할만한 일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모두가 갖는 배틀에 대한 마음이 굉장했어요. 그쵸, 위키링?”

위키링의 맞장구를 들으며 에셸은 한 명, 한 명 도전자 자리에 서던 캠프의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 이제까지 포켓몬 배틀이란 그렇게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으나, 이번에 첫 체육관에 도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제가 준비한 모든 걸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저에게 있어서 큰 영광이고 큰 첫발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여전히, 전 제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올랐다. 오랫동안 꿈꿔온 자도, 책임에 떠밀린 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 자도, 기대하는 자도 있었겠지. 그 자리에서 꽃피우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보았다. 하나하나가 간절하고 애틋했다. 어떤 꿈을 안고 저 자리에 선 걸까.

동시에 그 자리에 오르지 않는 만큼의 각오를 한 이도 있었다.

과거에는 챌린저였다고요?

물 타입 체육관에는 도전하실 건가요?

배틀에 익숙하신 것 같은데……」

뿌리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땅 위를 걷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이야기가 열매처럼 맺혀 있겠지.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날도 올까?

세계는 에셸이 경험할수록 넓어져갔다. 이제 막 우물을 벗어난 그에게 하늘은 너무나도 드높았고 벽돌 너머 지평선은 끝도 없이 멀었다. 세계를 넓히기 위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갓 알에서 깨어난 그는 몹시 욕심 많은 새내기였다. 또한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챌린저이기도 했다.

, 그럼 이번 주는 또 어떤 바쁜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스케줄러를 펼치고 다이어리를 적는다. 아아, 요씽리스는 걱정이네요. 과연 이번에도 배지를 얻어낼 수는 있을까요? 무엇 하나 불확실할 뿐이지만, 그 미지마저 그를 설레게 할 뿐이니. 차근차근 할 일을 정리한 에셸은 마지막으로 펜을 내려놓으며 기지개를 켰다. 첫 관장님이 남겨주신 말씀처럼 침착하면서도 저돌적으로. 나아가야죠.

달링, 당신의 봄바람 불어오는 날까지.”

그럼 내일도 부지런한 하루를 위해 쉴 준비를 할까요? 휴식도 열심히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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