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머리에도 꼬리에도 하트가 뿅뿅 달라붙어서는 날아올 것만 같다. 배후로는 꽃과 반짝이도 보일 것 같은데……, 이럴 때면 새삼스럽게 어디서 이런 뻔뻔함이 나오는 건가 싶다.
새삼스럽게 놀라지는 않았다. 자기보다 4살 위의 연인이 갑자기 제 키의 반 토막 수준의 꼬마로 변해버리는 것도, 부끄러움도 없이 그 얼굴을 이용해 순진한 어린아이인 척 구는 것도. 그가 표정만으로 그녀를 궁지에 모는 일이야 곧잘 있는 일이었고, 이미 한 번 몸은 그대로인 채 정신만 어린아이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그 반대라고 없을 건 없지.
“정말~ 안 통해? 으응? 에슬리?”
“……하아.”
없을 건 없지만── 그렇다고 꼬마의 위로 연상의 연인의 얼굴이 겹쳐 보이면 스스로에게 놀란다. 어린 아이가 보이는 앙큼한 표정 위로 본래의 얼굴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떴다. 다시 뜬 시야에는 천연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정말이지……. 어디가 어린 아이야?
눈 색도 머리색도 그녀의 눈에 익은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약간 낯선 감도 들었을까. 그러고 보니 눈앞의 그는 처음 만나는 모습이구나. 상념을 섞으며 “당연히 안 통하지.” 머리를 꾹 누르자 한껏 즐거운 듯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여자 아이로 오인할 정도로 높은 목소리에 아 그렇구나, 이 시기면 변성기… 같은 것도 아직인가? 하고 깨달았다.
처음 만나는 그의 모습이 신기하고 또 새로운 게 가득했다.
“어린 아이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머리를 꾹꾹 누르다 말고 그의 앞에 쪼그린다. 이렇게 해야 키 차이가 맞는 것도 신기한 점 중 하나다. 조금 올려다보는 시선이 되어 아 그렇지, 언제나 이렇게 루를 올려다보았는데. 다시금 생각했다. 관심 없었는데? 제 말을 반복하며 뒷말을 기다리는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양쪽이 같은 순진한 눈망울, 나보다 작은 손, 작은 키, 지금과는 다르게 제법 혈색이 잘 도는 뽀얀 얼굴. 루의 어릴 적은 꽤나 귀티 나는 도련님이네. 감상과 함께 신기해져서 양 볼을 주무르다가 감촉이 재미나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상대가 루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좋은가봐.”
이미 충분히 동그란 눈동자가 더 동그랗게 떠지는 게 유쾌하다. 미소를 입에 건 채 에슬리는 어린 아이가 된 연인을 양 손으로 번쩍 안아보았다. 오늘은 어린이 말을 다 들어주는 날이라고 했지? 좋아, 다 들어줄 테니까. 이렇게 안는 게 맞을까? 아이 같은 거 안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혼잣말 같은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조금 어정쩡하게 아이를 받쳐 앉자 그가 먼저 팔을 톡톡 두드렸다.
“……내려줄래?”
“응?”
그리고 발견한 그의 표정은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드디어 어린 아이의 탈이 미끄러졌나. 히죽거리는 입꼬리로 에슬리는 싫-어, 길게 늘린 즐거운 답을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