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름다운 성야의 이브예요. 내일은 크리스마스고요.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라고 하죠?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사하기 위해 가장 순결하게 태어나 거룩한 희생을 하신 분. 솔직히 요리는 그런 이야기는 잘 모르겠어요. 예수님은 무섭지 않았을까요? 예수님도 희생을 바랐을까요? 요리는 만약, 별들이 다음은 네 차례라고 속삭이면 의연하게 맞을 수 있을까요.
이상하다. 크리스마스는 연인의 날이고 가족의 날이고 사랑 넘치는 날이라고 하는데 왜 또 엉뚱한 생각에 빠진 걸까요. 그래서 요리는 생각을 그만 두고 지푸라기 인형의 손발을 실로 잘 묶었어요. 뱃속에는 머리카락도 곱게 넣었고요. 저주인형이에요. 룻치 선배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랍니다. 왜 이런 걸 주냐면 이런 걸 좋아할 것 같아서요? 룻치 선배는 가끔 요리에게 손톱이라거나 피라거나 아무튼 뭔가 일부를 요구할 때가 있었는데 그게 아무리 봐도 수상한 곳에 쓸 것 같았는데 왜냐면 룻치 선배는 강시를 다루는 술사라서요. 그래서 예전엔 안 줬지만 지금은 줘도 괜찮지 않나 했어요.
룻치 선배는 요리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믿음이 생겼어요.
“이렇게나 저를 믿어주다니, 감동이에요.”
선물해주면 저런 말을 하며 훌쩍이려나? 엣헤헤. 예전에는 말이죠. 옳은 것은 무엇이고 착한 것은 무엇이고 좋은 것은 무엇이고,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요리는 늘 정도를 따라야 했거든요. 별들이 다 보고 있어서. 그런데 요즘은, 물론 요리는 여전히 사도로 빠질 생각이 없지만. 이걸로 룻치 선배를 이러쿵저러쿵 해도 되는 걸까 고민이 생긴 거예요. 룻치 선배가 뒤에서 얼마나 악당인지 모르겠지만 요리에겐 그저 한참 작은 후배 등에 숨는 다메센빠이라서요. 그러다가 번쩍 안아서 무릎에 앉혀주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래서 별님들이 너무 정을 주고 다니지 말라고 한 걸까요. 요리는 공정성을 잃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거니. 이 행동이 가져올 업보도 결국은 제게 찾아오겠죠. 그 때까지 잠시 유예예요.
그거 말고 따끈따끈한 목도리라거나 요리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코코아 한 통이라거나 브랜디라거나─이건 제가 준비한 건 아닌데, 코코아에 브랜디가 잘 어울린다고 오빠가 추천해줬어요─이것저것 바리바리 준비를 마치고, 요리는 씩씩하게 운동장으로 나왔어요. 지면엔 소복이 흰 눈이 쌓였고 하늘은 새까맣고 맑아 별이 반짝거리는 아아 그래요. 오늘은 모든 죄 사함이 약속되는 이브. 어떤 죄인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