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몇 송이 꽃을 그러모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제는 달라진 호칭을 입에 담으며 활짝 웃었다.
“유이 씨~ 더블 승급, 축하드려요.”
내밀어진 꽃을 받으며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까. ……혹시 웃어줄까? 설렘이 표정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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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마지막 해에 룸메이트가 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무뚝뚝하고 퉁명스런 표정을 한 그녀에게 다가가기 조심스러웠다. 혹시 이런 걸 싫어하는 성격이면 어떡하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애석하게도 세이라는 이런 데서 먼저 나설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말을 걸었던 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학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의 불안이나 우려, 걱정 따위를 알기 때문이었다. ──유이는 그런 걸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룸메이트라 부르며 먼저 다가가고 말을 붙이고 한 모든 행위는 순전히 세이라의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라고 멋대로 단정 지으며 돕겠다는 말이 참견밖에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웃는 얼굴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유이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의 생각에 뜨끔할 때도 있었다.
그게 어쩌면 자기만족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던 건 그녀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던 밤이었다.
「세탄, 그거 알아? 손을 마주 잡으면 편안한 기분이 든대.」
귀신이 나온다길래. 꺼내어진 말에서 세이라는 걱정을 읽어냈다. 혼자 보내지 못하겠다고, 멋대로 잡은 손을 거절하지 않으며 대신 이런 말을 해주었다.
그날 밤은 유독 따스하였다고 기억한다. 그 밤의 추억을 물건에 담았더라면, 유이에게 또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겉보기와 달리 실은 걱정이 많고 남 챙겨주길 잘한다고, 한 번 알게 된 그녀의 속내는 이후로도 꾸준히 세이라의 눈에 들어왔다. 퉁명스럽고 금세 버럭 목소리를 높이고 하지만 한 번도 자기가 먼저 손을 놓은 적은 없는, 상냥한 사람. 다정한 제 룸메이트.
그렇게 함께 보낸 시간은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초등부의 마지막 밤, 자고 일어나면 이제 룸메이트도 끝이네요. 그러니 내뱉은 말은 세이라로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실은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작은 바람이 담겨 있기도 했다. 이런 세이라의 말에 안 자면 룸메이트도 끝이 아니냐고 유이는 한 번 더, 잡은 손을 맞잡듯 말 위에 말을 얹어주었다.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저희 중등부에서 가서도 룸메이트, 할까요?」
세이라의 호칭이 아타고 씨에서 유이 씨로 바뀐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함께 보내는 3년 동안 나란히 토끼 인형을 늘어놓고, 씁쓸한 차를 마시고, 그녀에게 센베를 나눠주기도 하고, 또 밤을 새도록 밖에 머물다 손을 잡고 들어가고. 손을 내밀면 따라 손을 잡아주었고, 껴안으면 포옹이 돌아왔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녀를 보며 세이라는 소리만이 닿는 게 아니라고 한 번 더 배웠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추억이, 시간이, 소리가 쌓였다. 때로는 하루를 지새우는 것조차 괴롭기도 했던 학원 생활에서 방에 돌아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그녀가 있다는 것이 세이라에겐 커다란 안정이 되어주었다.
“실은 좀 더, 많은 것들을 감사히 전하고 싶은데 말이죠. ……어쩌죠? 그런 걸 다 전하지 못할 만큼 지금 또, 기뻐져버렸어요.”
꼬옥 껴안았던 팔을 푼다. 내미려던 꽃이 무색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진 호칭을 귀에 담는다. 웃는 모습을 보려던 것이 결국 또 자기가 웃게 되고 말았다. 호칭에 커다란 의미 부여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사소한 변화 하나로 마음이 한껏 기뻐져버리고 말다니. 수줍은 듯 벅찬 기분을 숨기지 않고 세이라는 유이의 손에 꽃을 쥐어주고 그 손을 제 두 손으로 감쌌다.
“앞으로도 많이많이, 불러주시겠어요? 그리고 많이많이 들어주세요. 유이 씨라고 저, 열심히 부를 테니까요.”